눈물의 골짜기 (피어린 한국 현대사를 꿰뚫는 김성동의 아픈 집안 이야기 | 김성동 소설집)
김성동 | 작은숲
18,000원 | 20200713 | 9791160350968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 한국전쟁 70주년 기념 소설집 펴내…
일제강점기, 해방 공간,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피어린 한국 현대사를 꿰뚫는 작가의 아픈 집안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 있는 11편의 중단편 소설집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사를 꿰뚫는 아픈 집안 이야기를 한 권의 소설집으로 펴냈다. 이 소설집에는 1979년에 발표된「엄마와 개구리」를 비롯하여 발표될 때마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11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특히 연재하다 중단당한 「풍적(風笛)」의 경우, 라틴아메리카 작가 마르케스류의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며 주목을 받았지만, 지주가 9할을 그리고 소작농이 1할을 먹는 토지 문제를 비판하며 조선공산당 정강정책에 담긴 소작농 7 지주 3을 담았다는 이유로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다.
김성동의 가족이 한국전쟁을 전후해 극한적 이념 대립으로 풍비박산이 난 아픈 이야기를 모은 이 책은 일제강점기 좌익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 김봉한과 남편의 순수한 이상에 동조해 인민공화국 시절 조선민주여성동맹 위원장을 했던 어머니에 관한 다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대전 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작가의 아버지는 1950년 6월 골령골(대전)에서 학살당했고, 그 이후 그의 가족은 빨갱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참혹한 세월을 견뎌야 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만다라』로 기억되지만, 나는 『만다라』를 쓰기 위해 소설가가 된 것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다”고 말하는 그의 문학관은 “내 소설은 사실상 문학성을 가미한 다큐다”라고 할 만큼 뚜렷하다. 특히 아버지의 행적을 그린 중편소설 「고추잠자리」, 인민공화국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복원한 중편 「멧새 한 마리」에는 1951년에 국가보안법 등으로 기소되었던 어머니의 재판 기록 등이 원문 그대로 실려 있다.
김성동 소설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읽기 어렵다는 이들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풀솜할머니’, ‘꽃두레’라는 단어가 그 예이다. 풀솜처럼 따뜻한 사람이 ‘외할머니’이고, 꽃으로 둘러싸인 사람이 ‘처녀’이고 보면 고개가 자연 끄덕여진다. “우리말을 지키는 것은 작가들의 사명인데… 나라도 써야지… 나마저 안 쓰면 그 아름답던 우리말은 다 사라지고, 우리말이 사라지면 우리 역사도 사라지는 거야.”라는 작가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김성동 작가는 서라벌고등학교 중퇴 후 입산하여 1975년 「주간종교」의 종교소설 현상 모집에 「목탁조」가 당선됐으나, 이 작품이 불교계를 비판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있지도 않은 승적을 박탈당했다. 1979년 『만다라』가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한 후 「피안의 새」, 「오막살이 집 한 채」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종교적 경험을 토대로 한 인간의 본질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창작집 『피안의 새』(1981),『오막살이 집 한 채』(1982),『붉은 단추』(1987),『민들레꽃반지』(2019)를 펴냈으며, 장편소설 『풍적(風笛)』(미완, 1983),『집』(1989),『길』(1991),『꿈』(2001),『국수(國手)』(2018)를 썼다. 산문집으로는 『김성동 천자문』(2004),『한국 정치 아리랑』(2011),『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 (2014),『염불처럼 서러워서』(2014) 등이 있다. 1985년 신동엽문학상을 비롯하여 2016년에는 이태준문학상을, 2019년에는 요산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