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의 장소들 (몬트리올과 퀘벡의 장소와 이야기)
퀘벡학 연구모임 | 어제오늘내일
16,200원 | 20220701 | 9791197910715
퀘벡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모여 이런 저런 작업을 같이 한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가 관심을 가졌던 화두는 “퀘벡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이다. 이 책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결과물이다. 이번에는 그 대답을 현실의 ‘장소들’에서 찾아보려고 했다. 물리적이고 추상적인 공간과는 다른, 퀘벡인들의 삶과 경험과 가치가 스며 있는 장소들을 통해서 퀘벡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한 것이다.
기실 퀘벡이 한국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서 퀘벡이 속한 캐나다와 한국의 현재 관계가 특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캐나다는 한국전쟁에 참여해서 피를 흘린 우방이며, 특히 가평 전투에서 보인 캐나다 군인들의 희생과 공로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퀘벡이나 캐나다에 관한 관심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지정학적, 경제적 이해 관계가 특별한 국가들 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전통적 강대국들보다 현실적으로 우선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퀘벡에 관심을 가질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퀘벡인들 이 400년 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 그리고 지금 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역사가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늘 주변이었다. 누벨프랑스 시대에는 본국이 아닌 식민지의 프랑스인이었고, 영국 식민지 시대에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피정복 집단이었고, 캐나다 시대에는 여전히 다른 언어와 문화를 고수하는 비주류 소수 집단이었다. 퀘벡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주체적
으로 사회를 변혁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부터이다. 이때부터 그들은 중 5 심이지만, 그 범위는 퀘벡주로 한정된다. 퀘벡에서는 그들이 중심이었지만, 캐나다 그리고 북아메리카 전체를 보면 여전히 소수 집단이고 주변일 뿐이다.
그들은 늘 주변이었지만 다수, 주류, 중심에 동화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고수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퀘벡의 의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며, 퀘벡이 캐나다와 구분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부터이다. 늘 주변이었기에, 그리고 200년 이상 동화의 압력을 견디면서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지켜왔기에, 퀘벡은 중심 집단의 시각과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21세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각이다. 주류, 지배, 다수, 중심의 시각이 아닌 비주류, 피지배, 소수, 주변의 삶에서 우러나 는 시각이다.
21세기 지구촌 사회는 점점 더 획일화되어 가고 있고 다양성은 갈수록 줄어 들고 있다. 하지만 다양성은 생존이다. 퀘벡의 시각은, 나아가서 그러한 퀘벡을 포함하고 있는 캐나다의 시각은 지구촌 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시사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퀘벡의 전문가를 위해 쓰여진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퀘벡으로의 여행이나 워킹 홀리데이를 계획하는 사람들, 세계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퀘벡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싶은 사람들이 상상 속에서 낯선 곳으로 여행을 즐기거나 실제 여행 중에 들쳐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