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김지운 각본집)
김지운 | 마음산책
15,300원 | 20250401 | 9788960909267
제58회 칸 영화제 공식 비경쟁부문 초청작영화 〈달콤한 인생〉 20주년 기념 각본집 최초 출간
2005년 4월 1일 만우절, 한낱 꿈 같은 영화가 개봉했다. 한국영화계에 ‘누아르’라는 장르가 아직 생소하던 당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은 한국형 누아르의 탄생을 알렸다.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는 독창적인 미장센, 적재적소의 밀도 높은 대사, 천연덕스럽게 흐르는 유머로 한국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영화 〈달콤한 인생〉이 개봉 20주년을 맞아 각본집으로 출간됐다.
각본집 『달콤한 인생』에는 무삭제 최종 시나리오, 영화 제작 당시 김지운 감독이 직접 작성한 제작기, 개봉 20주년 기념 인터뷰, 스틸컷이 수록되었다. 특히 개봉 20주년 기념 인터뷰에는 김지운 감독과 더불어, 당시 프로덕션디자인을 맡은 류성희 미술감독, 촬영을 담당한 김지용 촬영감독이 함께했다. 여전히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는 감독과 스태프들이 회고하는 〈달콤한 인생〉 이야기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놓칠 수 없는 읽을거리이다.
영화에선 볼 수 없던 장면과들을 수 없던 이야기들
각본집 『달콤한 인생』에는 촬영 전 최종 시나리오가 수록되어 영화에 포함되지 않은 장면까지 만나볼 수 있다. 가령, 자신이 몸담던 조직에서 하루아침에 내쳐진 선우(이병헌 분)가 한밤중 강 사장(이영철 분)의 집에 찾아가는 대목은 각본집을 통해 비로소 눈앞에 그려진다. 각본과 영화를 비교하며 감독이 어디에 강세를 두려고 했으며 어떤 기준으로 최종본을 완성해나갔는지 그 과정을 쫓아볼 수 있음은 물론, 영화에 다 담지 못한 장면들로 영화 속 인물과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영화 개봉 20년이 지난 후 이루어진 감독·스태프 인터뷰는 〈달콤한 인생〉이라는 작품을 창작자의 시각에서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이따금 배우들에게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디렉션을 줄 때 ‘이 상황에 이런 행동과 말을 하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지만 세상이 순리대로 이치에 맞게 합리적으로 굴러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가 영화작업을 하면서 당연한 것들만 만들어낸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_164~165쪽, 「인터뷰: 감독 김지운」에서
행간, 여백, 침묵이 지탱하는 영화 〈달콤한 인생〉, 책의 호흡으로 다시 읽다
영화 〈달콤한 인생〉은 김지운 감독이 오랜 시간 시네필로서 수집해온 프렌치 누아르의 성질을 가득 품고 있다. 말보다는 표정과 눈빛, 제스처로 세밀한 정서를 쌓아 올린 이 영화는 영화적 형식과 이야기가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정교한 예시이기도 하다. 각본집 『달콤한 인생』의 독자는 대사와 대사 사이의 머뭇거림, 인물의 사소한 제스처까지 세밀히 서술된 지문을 읽으며 영화 특유의 정서를 독자 개개인의 고유한 리듬으로 다시 음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앵글의 위치와 구도, 색감, 소리, 커팅의 순간, 연기자들의 미세한 시선들, 느닷없는 침묵, 이질적인 존재물의 병치, 저기서 단추를 왜 푸는지, 잠그는지, 갑자기 카메라가 왜 뒤로 물러서는지, 왜 멀리 떨어지는지, 이런 미장센이 연출이고 이야기다.
_168쪽, 「인터뷰: 감독 김지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