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줄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인생, 조금 천천히 살기로 했다)
이현경, 김종태, 박소연, 박수미, 송주하, 김태영 | 더로드
15,120원 | 20220727 | 9791163382850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세상이다. 개인은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고, 변화에 적응하기에도 급급할 지경이다. ‘바쁘다’는 말을 일상처럼 사용한 것은 벌써 오래지만, 지금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느낄 정도의 세상은 유례없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조금 더 진지해져야 한다. 중심을 잡고, 쏟아지는 정보와 빠른 물살에 휩쓸리지 않을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열 명의 작가가 ‘느린 삶’을 이야기한다. 먼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태도가 중요한 이유를 풀어냈다. 다음으로, 독서다. ‘읽어버리는’ 행위를 지양하고 문장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며 혜안을 품자고 강조한다. 세 번째는 걷기다. 의도적으로 산책하는 시간을 만들어 세상과 사물과 사람에 관심을 가지자고 권한다. 네 번째 장은 사랑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빨리 만나, 빨리 뜨거워지고, 빨리 헤어지는, 이른바 인스턴트 사랑을 지적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를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슬로우 러빙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느리게 사는 인생의 묘미를 언급한다. 돈과 성공을 좇느라 허둥대는 우리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멈추고 바라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는 말로 대미를 장식한다.
작은 책 한 권이 세상의 속도를 멈출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런 일은 없을 터다. 허나, 이 책이 질주하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목을 축일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면, 느리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공감과 용기를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속도를 줄이면 비로소 보인다. 보이면 느낄 수 있고, 느끼면 사랑할 수 있다. 더 빨리 달리라고 채찍질하는 세상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