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미술관에 가다 (역사에서 무대까지, 그림과 함께 읽는 인문학적 발레의 모든 것)
한지영 | 북피움
23,400원 | 20251210 | 9791198762993
명화가 포착한 발레의 모든 순간,
그리고 ‘백조의 호수’와 ‘지젤’을 둘러싼
아름답고 잔혹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카트린 드 메디치가 낳고,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자랐으며, 러시아 황실에서 찬란하게 꽃을 피운 발레의 모든 순간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낸 책. 발레의 역사와 더불어 「백조의 호수」,「지젤」 같은 유명한 발레 작품, 안나 파블로바와 바츨라프 니진스키 등 불멸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 발레에 과학을 도입한 바가노바 교습법 등 15가지 키워드에 발레를 주제로 한 아름다운 명화를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는 물론, 툴루즈 로트레크, 에두아르 마네 같은 쟁쟁한 화가들을 사로잡은 발레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프랑스와 러시아 이외에도 독일, 덴마크, 스웨덴, 미국, 아일랜드까지 다양한 나라의 화가들이 특유의 시선으로 포착한 발레의 순간들과 함께 발레에 대해 우리가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인문학적 발레 교양서.
천상의 예술, 우리 곁에 내려앉다
발레, 이는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다. 하지만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르 드가의 그림 속 발레리나의 모습에서 우리는 친밀함보다는 경외감을 느껴왔다. 오랫동안 발레는 지상의 인간들이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천상의 예술 같은 ‘넘사벽’ 장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박세은(파리 오페라 발레단), 김기민(마린스키 발레단), 전민철(마린스키 발레단) 같은 한국 무용수들이 세계 최고의 무용수로 우뚝 서고, 인기 TV 프로그램인 ‘스테이지 파이터(스테파)’에서 발레리노들의 파워풀하면서도 우아한 동작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등, 발레의 입지가 크게 확장되고 있다. 또한 나 자신을 사랑하고 가꾸는 삶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 취미로 발레를 배우면서 발레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도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랑하면 알고 싶어지는 법이다. 발레도 마찬가지다. 발레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어떻게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했는지, 그렇게 되기까지 이바지한 이들은 누구누구인지, 궁금해진다. 무용수들의 우아한 동작과 화려한 무대 뒤에는 어떤 역사와 의미가 담겨 있는지, 왜 백조가 호수에서 춤추는지, 발레리나의 하얀 튀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
카트린 드 메디치가 낳고, 루이 14세가 키우다
『발레, 미술관에 가다』는 이런 궁금증을 단숨에 풀어주는 인문학적 발레 교양서다. 역사에서 무대까지, 가장 흥미롭고 핵심적인 발레에 관한 15가지 주제를 가려 뽑아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발레, 미술관에 가다』의 또 하나의 특장점은 발레의 순간을 포착한 170여 점의 명화다. 에드가르 드가, 툴루즈 로트레크, 에두아르 마네 등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발레리나들의 무대 위의 아름다운 모습, 무대 뒤의 치열한 모습, 혹독한 레슨 시간의 모습, 그리고 때로는 지치고 힘든 모습들까지, 명화에 담긴 발레의 장면들을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다.
『발레, 미술관에 가다』는 발레 공연처럼 2개의 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 ‘무대가 열리다’는 발레의 탄생에서 정착까지 역사의 흐름을 따라간다. ‘발레의 어머니’ 카트린 드 메디치의 파란만장한 삶과 최초의 발레로 일컬어지는 「왕비의 코미크 발레」에 이어 프랑스의 절대왕권 강화라는 정치적 목적을 발레를 통해 성공적으로 달성한 태양왕 루이 14세 이야기가 이어진다. 낭만주의 발레의 서막을 열어젖힌 「라 실피드」 이후로 ‘공기 같은’ 요정이 되어야만 했던 낭만주의 여성 무용수들의 숙명과 표트르 대제가 추진한 러시아 제국의 개혁 정책이 낳은 고전 발레의 체계와 작품들의 탄생에 얽힌 뒷이야기도 들려준다.
2막 ‘별들이 춤추다’에서는 발레 작품과 무대 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멸의 명작 「빈사의 백조」로 영원한 전설로 남은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 짧았던 영광의 10년과 길었던 고통의 30년이라는 세월 속에 묻혀간 천재 발레리노 바츨라프 니진스키. 그리고, 무대 위의 스타 무용수를 빛내기 위해 존재했던 익명의 별들의 존재 이유, 그들 뒤의 천재 안무가와 발레 속으로 녹아든 동양 문화(오리엔탈리즘)까지를 찬찬히 살펴본다. 특히 ‘코르 드 발레(군무)’에 관한 장은 감동적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역 무용수들의 화려한 솔로 베리에이션과 파드되에 가려져 있지만, 발레의 진짜 몸통은 군무다. 무대 위에서 완벽한 일치를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 그리고 무명의 무용수들이 품은 꿈에 대한 이야기는 발레를 감상하는 시선까지 변화시킨다. 발레 속 이국적 취향을 다룬 마지막 장도 흥미롭다. 「돈키호테」의 스페인 춤, 「라 바야데르」의 인도 분위기, 「호두까기 인형」의 캐릭터 댄스 등 발레의 진화와 콘텐츠 확장의 과정을 따라감으로써 발레 작품에 녹아 있는 당시 유럽인들의 시선과 오리엔탈리즘까지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
각 장의 본문에는 발레의 이해를 돕는 팁 박스가 곁들여져 있다. 낭만 발레와 고전 발레를 구분하는 법, 발레가 공연되는 오페라 극장의 역사, 무용수의 계급 체계, 세계의 유명한 발레학교, 한국 창작 발레의 역사 등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정보들이 가득하다.
드가의 그림 앞에서, 다시 발레를 그리다
『발레, 미술관에 가다』는 발레를 처음 접하는 사람과 이미 발레와 사랑에 빠진 사람을 동시에 매혹하는 책이다. 발레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신화와 전설, 문학과 역사 속에서 발레의 탄생과 진화의 과정을 추적하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발레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발레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한 조금 더 새롭고 깊이 있는 관점을 제시하며 작품을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지적 토대를 제공한다. 발레 공연장에서 막이 오르기를 기다릴 때, 미술관에서 드가나 로트레크의 그림 앞에 섰을 때, 『발레, 미술관에 가다』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면 그 경험이 훨씬 풍부해질 것이다. 그리고 발레는 아득히 높은 천상의 예술이 아니라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인문학으로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