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곡본초 4 (익모초)
이상건 |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20,700원 | 20250905 | 9791198148988
어머님은 음식을 할 때 날씨를 생각하신다. “오늘은 비가 오니 카레라이스를 해 먹을까?” “오늘은 무더우니 오이냉국을 만들어
먹을까?” 습할 때는 건조하고 향(香)이 있는 음식 재료를 선택하시고, 건 조할 때는 물기가 많은 음식 재료를 선택하신다.
무더운 여름날 돼지 김치찌개 집을 갔다. “어! 오늘 왜 손님이 적어 요?” “더워서요.” “다 냉면집으로 갔나 봐요.” 주인은 덤덤하게 말한다. 늘상 그러려니 한다. 더울 때는 김치찌개 집에 손님이 없다. 추울 때는 줄 서서 먹는다. 이렇듯 손님들은 날씨에 민감하다.
어머니는 가족의 건강 상태와 날씨, 음식 재료의 특성, 가족의 음식 취 향 등을 고려하여 밥과 반찬을 만드신다. 전 세계인들은 12가지 음식을 1년 내내 바꿔가며 먹고 산다. 그 음식이라도 날씨에 맞게 먹으면 몸이 가벼워진다. 비 오는 날 오이냉국을 많이 먹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황탯국을 먹으면 가벼워진다. 황태가 습(濕)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습할 때 카레라이스를 먹으면 여느 때보다 맛있다. 모두 날씨와 인체와의 관계이다.
예로부터 동서양의 약초 연구는 약재 전체를 연구해 왔다. 약초의 어 느 한 성분만 빼서 사용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특히 1933년 이후-일정 성분을 추출하여 대량으로 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값싸고 즉 효를 보는 경우가 많아 전 세계적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정성에서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부작용이 따른 것이다.
인삼(人蔘), 도라지(桔經) 등에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현대의학은 인삼, 도라지를 구별하여 쓰지 않고 사포닌을 쓸 때는 두 약물을 같이 쓴다는 말인가?’ 버드나무 가지에 살리실산이란 성분이 있다. 아스피린을 만드는 주재료이다. 이와 같은 화학구조를 석탄에서 취할 수 있다. ‘약으로 버드나무와 석탄을 같이 취급할 수 있나?’ ‘양약의 주원료가 무엇인가?’ ‘인삼, 도라지, 버드나무 등의 천연물을 통째로 사용하는가? 아니면 석탄, 석유에서 추출한 인공 합성화합물인가?’
우리나라의 경우지만 양약 1개월 치가 5,000원인 경우도 있다. 싸다. 도라지 5,000원어치면 며칠을 먹을 수 있나? 싸고 바로 효과를 볼 수 있 는 약이지만 부작용이 따른다. 경제적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 인체가 좋 아하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고 인위적인 것이기에 부작용이 따른다. 깨알 같이 적혀있는 모든 양약 설명서에는 부작용이 적혀있다. 양약을 덜 먹든지 안 먹어야 한다.
양약을 많이 먹는 환자 중 약물성 치매가 오는 경우도 많다. 성분 위주의 약용식물 연구가 세계적인 대세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임종 시 까지 양약을 먹을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침에 일어나 양약을 15한 주먹씩 드시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암울하다. 속 쓰리다면서도 많은 양 약을 음식처럼 먹는다. 병원가면 속 쓰린 데에 대한 약이 추가된다.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젠 동양 학문이 되어 버린 본초학(本草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비 교적 안전한 약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복받은 나라다. 아직도 한의과 대학이 있고 대학에 본초학(本草學) 교실이 있다. 세계적으로 몇 안 된다. 본초학은 지금부터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온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해 먹는 것, 집을 지어 사는 것, 옷을 지어 입는것 등등 모든 의식주는 자연과 조화롭게 해야 한다. 자연적이어야 한다. 자연과 멀어져 물질문명의 홍수 속에 있는 현대인은 그렇지 못하다. 늦지 않았다. 건강과 건전한 문화 형성을 위해 선조들의 문화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가 오래된 본초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이야기 설정은 옛날이 많다. 그때의 일을 현대를 살아가는 본초학도가 들여다보았다. 다소 지루한 부분도 있겠지만 여러 번 반복하여 들여다보면 온전히 이해되리라 생각된다.
책의 소제목 ‘동백기름’, ‘익모초’, ‘나슨다’, ‘상추와 깻잎’, ‘창꽃’, ‘김’, ‘표고버섯’, ‘홑잎 나물’, ‘짓는다’ 등은 우리가 들어본 말로, 이 말에 담긴 뜻과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를 본초학적 시각으로 밝혀 붙였다.
‘대나무’, ‘가물치’, ‘피마자’, ‘시체’, ‘뽕나무’, ‘가죽나무 · 참죽나무’ 등은 생활에서 응용하는 편이 좋다. ‘사향노루’, ‘복수초’, ‘어성초 · 삼백 초’, ‘용간봉수’, ‘자감초 · 구감초’, ‘쥐오줌풀’ 등은 다소 전문적인 면이 있으나 이젠 모두가 알아야 해 정리해 놓았다. 다소 어렵거나 생소한 용어가 있을 것이다. 주로 한의학 용어일 것인데 풀어 쓰면 의미가 변질될 것 같아 그러하지 않은 점 이해를 바란다. 어쨌든 필자의 표현력과 소견이 부족한 소치이니 널리 양해를 바란다.
이 책의 사진은 필자가 그동안 촬영한 사진들이다. 사진에 이름을 달지 않았다. 모르는 본초는 여러분이 공부하여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 다. 많은 사진 중 고르는 작업이 힘들었고, 그 사진 중 출판사에서 선정 하기 또한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아무튼 많은 사진 중에서 선정한 것이니 볼 만은 할 것이다.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본초 사진은 40만여 장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