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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건강/취미 > 한의학
· ISBN : 9791198148964
· 쪽수 : 267쪽
· 출판일 : 2025-06-05
목차
1부
27. 1. 지갑화(指甲花)
35. 2. 미나리꽝
47. 3. 칡, 등, 등칡
59. 4. 대계(大?), 소계(小?)
67. 5. 쇠뜨기
75. 6. 마 주아 밥
85. 7. 산골
93. 8. 인진
101. 9. 아까시나무
111. 10. 짚신나물
119. 11. 대맥(大麥), 소맥(小麥), 교맥(眷妾)
2부
137. 포토에세이 - ‘산수유꽃’
3부
149. 1. 맥문동(麥門冬)
163. 2. 봉삼(蔘)
171. 3. 동아 호박
177. 4. 황정(精), 옥죽(竹), 녹약(鹿藥)
187. 5. 대추나무
201. 6. 골리수(즉利樹)
229. 7. 승마
239. 8. 연자육(前子지)
253. 무청
259. 헌식
265.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2. 미나리꽝
겨울방학 때이다. 아침 먹고 마을 아래 미나리꽝으로 팽이를 치러 갔다. 팽이채를 힘껏 치니 얼음판에 한 번 바운스 되는 팽이 채 끝의 헝겊은 팽이를 여느 때보다 더 잘 돌렸다.
오늘은 얼음이 잘 얼 어 팽이채를 몇 번 안 쳐도 팽이는 잘 돌았다. 허리를 들어 주변을 볼 여 유가 생겼다. 동네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서로 인사를 했다.
그 속에는 여동생도 있었다. 썰매를 가져와 나보고 밀어 달라고 한다. 한참 팽이치기에 재미를 붙였는데 여동생은 칭얼거린다. 동네 친구 모두가 얼 음 위에서 썰매 타고 팽이를 치며 신나게 놀았다. 얼음 속에는 파란 미나 리가 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백합과 식물 중 나리는 여러 종류가 있다. 하늘말나리, 섬말나리, 말나 리, 날개하늘나리, 하늘나리, 솔나리, 큰솔나리, 땅나리, 털중나리, 중나 리, 참나리이다. 이들 나리의 인경(鱗莖)을 약용한다. 인체에 유용한 약 재다. 나리 앞에 ‘미’ 자를 붙여 식용·약용하는 약재가 있다. 그것이
`미나리’다. 우리말 중 미늘, 미르, 미더덕, 미라, 미꾸라지, 미조리 등의 미 는 물을 뜻한다. 미늘은 낚싯바늘 안쪽에 붙어 있는 바늘을 뜻한다. 미르는 물속에서 잠룡이 승천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용(龍)을 뜻한다.
미더덕 은 응축되어 몸에 좋은 덕(떡)이 더해진 더덕이 물에 있다는 뜻이다. 미 라는 바다(海)의 옛말이다. 미꾸라지는 물에 있는 것으로 미끄러워 잘 빠 져나가는 물고기를 뜻한다.
미조리는 물조리의 옛말로 가운데를 파내어 만든 카누(까놓어)의 어원이 된다. 모두 물과 관계 깊다.
산형과 ‘미나리’는 높이 20~50cm로 습지에서 자라는 다년생초본(多 年生草本)이다. 줄기 밑 부분은 옆으로 기다가 곧게 선다. 잎은 어긋나고 1~2회깃꼴겹잎이며 작은 잎은 달걀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7~9월에 윗부분의 잎과 마주나는 겹우산꽃차례에 자잘한 흰색 꽃이 둥 글게 모여 달린다. 타원형 열매는 세로로 모가 진다.
미나리의 전초(全草)를 수근(水芹)이라 하며 식용·약용한다. 성미(性 味)는 신(辛), 감(甘), 량(凉) 이고 귀경(歸經)은 폐(肺), 간(肝), 방광경(膀 胱經)이다.
효능(效能)은 청열해독(淸熱解毒), 이뇨(利尿), 지혈(止血)이며 주치증(主治症)은 감모(感冒), 번갈(煩渴), 부종(浮腫), 소변불리(小便 不利), 임통(淋痛), 뇨혈변혈(尿血便血), 토혈육혈(吐血?血), 붕루(崩漏), 목적(目赤), 인통(咽痛), 구창아감(口瘡牙疳), 유옹(乳癰), 나력(??), 대 상포진(帶狀疱疹), 치창(痔瘡), 질타손상(跌打損傷) 등이다. 사동미나리, 돌미나리도 있다.
미나리가 자라는 마을 입구 작은 삼각주 모양의 습지(濕地)에는 미나리꽝이 있었다. 옛날에는 각 가정의 구정물이 이 미나리꽝으로 흘러 들어갔다. 어머니들이 거머리에게 물리는 것을 무릅쓰시고 미나리를 채취
하여 반찬을 만들고, 겨울에는 우리들이 신나게 놀았던 미나리꽝이었다. 미나리꽝은 건강한 구정물을 가지고 있었던 물의 흐름의 완충지대였다. 밥찌꺼기, 된장국 찌꺼기, 나물 찌꺼기 등이 도랑이나 논으로 흘러가기 전에 미나리꽝을 거쳤다.
꽝은 ‘광’의 된 발음이고 무엇인가 저장해 놓는 장소를 뜻한다. 필자는 미나리꽝은 각종 영양소와 미네랄을 저장해 놓은 곳이라 생각한다. 그 속에서 자라는 미나리는 청정한 수질보다 적절히 부영화 된 수질을 좋아 하며, 거머리가 살 정도의 물 환경이 체적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도랑· 강으로 흘러가기 전에 정화 작용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옛날에는 동네마다 거의 다 있었다.
현재는 논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미나리를 길러 겨울에 채취하여 먹는 다. 제일 많이 농사짓는 곳이 전주지역이다. 지금도 옛날처럼 미나리꽝이 있다면 그 미나리꽝에서 자라는 미나리를 먹을 수 있을까?
순수한 음 식 찌꺼기가 아니라 인공 화학조미료가 섞인 음식 찌꺼기, 튀김 조각, 각 종 가공식품류, 통조림 찌꺼기, 각종 인공세제 등이 흘러 들어온 미나리 꽝에서 자란 미나리는 먹기 힘들 것 같다. 짬밥 통에 짬밥이 다르기 때문 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명품 배를 생산하는 배 과수원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비싼 배를 생산하는 과수원이었다. 배 과수원 배나무 밑에서 아이가 용 변을 본 적이 있었다. 배나무 주인은 아이 용변을 삽으로 떠서 멀리 버렸다.
“왜 삽으로 떠내요?” 무안해하며 물어보니 주인은 “이 아이가 뭘 먹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쁜 것을 먹었으면 용변이 배나무에 악영향을 끼쳐 명품배를 못 만든다.” 하고 말했다.
요즘 아이들은 옛날처럼 먹지 않는다. 튀김, 과자, 양약, 불량 고기뿐만 아니라 노바(NOVA) 분류법의 4군에 속하는 초가공식품을 먹고 자란다. 어느 유치원 원장은 예전에 비해 아이들의 배변 냄새가 지독하다고 한 다. 뱃속에서 흡수 배설하기 쉬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해지는 것이다.
인체의 여러 배설기관 중 제일 중요한 장기가 신장(腎臟)이다. 신장질 환 환자가 먹는 것에는 인공 화학조미료(MSG)가 들어가면 안 된다. 신 장(腎臟)에 부하가 걸리면 심장(心臟)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수극화(水 克火)의 원리다. 미나리꽝에는 순수한 구정물이 들어와야 한다. 현시대 에 마을마다 미나리꽝이 있다면 거머리를 볼 수 없을 것이며, 그 밑 논둑 에서 드렁허리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난 배나무 밑에서 용변을 볼 자신이 없다.
얼마 전 시인 백태종 선생님을 만났다. 그는 음식물 찌꺼기가 시원찮은데 이것을 가축사료로 만들어 먹이고 그 가축을 잡아먹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하셨다. 그리고 미나리꽝에 대한 시 한 편을 주셨다. 옛날에 쓴 시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