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落花 (사랑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소설)
성은지 | 하모니북
16,000원 | 20250925 | 9791167472717
사랑은 피고, 시들고, 떨어진다
소설 『낙화』는 활짝 피었다가 스러지는 꽃처럼, 사랑의 찬란함과 그 이면의 상처를 함께 그려낸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삶을 통해 우리는 사랑이 단순히 아름답고 낭만적인 감정이 아니라, 때로는 자신을 무너뜨리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마주하게 된다. 활짝 피어났을 때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지만, 현실을 깨닫고 시들며 추락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이면과 그 안에 숨겨진 아픔을 드러낸다.
사랑의 겉모습에 가려진 내면의 균열과 갈등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왜 사람들은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다시 사랑에 빠지는지를 묻는다.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돌아보게 하고, 그 속에 숨겨진 감정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책은 사랑의 미완성된 아름다움과 그로 인한 아픔을 인정하는 순간, 인간 존재의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랑에 빠졌던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사랑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조용한 울림을 전한다.
[본문 속으로]
“사랑해. 이게 내가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인사야.”
마지막. 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나 사용할 수 있지만, 정말 끝이 나는 순간에는 사용할 수 없었다. 내가 원치 않는다면, 이 삶이 끝나기를 바란다면 그냥 내뱉는 것만으로도 삶은 끝날 것이라 믿었지만, 생각 외로 삶은 질겼으며 살고자 하는 의지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정말 숨이 막혀오는 공포가 밀려오는 순간, 나는 살고자 하는 의지 하나로 숨이 막히는 그 상황을 모면하려 애썼다. 그래, 입만 떠오르는 위선자가 딱 지금의 내 모습이었을 거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라고 했을 때 나는 늘 아니라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성공이라는 것을 겪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성공이라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무력하게 쓰러지는 것이 당연했고,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조차 나와 같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다. 아니,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왜 그렇게 확신하느냐 묻노라면, 사랑,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 너무나도 닮아있었고, 그런 닮아있는 서로의 모든 행태를 사랑했다. 추악한 모습조차도, 당장이라도 걷어차일 것 같은 그 악한 행태마저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으며,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존재 이유가 없을 정도로 끌어안았고,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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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내일이 있다면, 내일도 당신이랑 같이 이곳에서 눈을 뜨고 싶어.”
“내일이라는 날은, 낭만적인 거야. 내가 눈을 뜨고, 눈을 감고 그 모든 순간에 나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더 도전적인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걸까?”
“하지만 결국 그 낭만적이고 도전적인 인생에 당신과 나는 함께하지 않을까?”
“쉿, 지금은 당신에게 그저 집중하고 싶어.”
그 말과 함께 입맞춤 한 번, 이건, 사랑이야.
낭만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동경하고 사랑하는 단어였다. 시궁창과 같은 이 현실을, ‘낭만’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포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 속에는 서로가 있었다. 정말 실상이 그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실상 알고 봤을 때 우리가 서로 추구하는 것이 다르고,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그저 나는 그와 함께하고 있으며, 같은 것을 꿈꾸고 있다는 소속감 하나로 취해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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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는 것에 대한 슬픔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나를 집어삼켜 버리는 장악력을 가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일어 오르는 파도는 늘 내게 말했다. ‘너 하나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널 언제든지 집어삼키고 뼈를 추려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거다’라고 말이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앞을 보려 하지 않고, 눈을 가린 채 나를 집어삼키는 파도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그래, 이게 내가 선택한 미래야. 끝이 언제일지도 모르고 당장이라도 아래로 끌려간다 하더라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내 암울한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