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 (성공하는 아이들의 글쓰기 습관)
최서율 | 푸른들녘
15,300원 | 20251114 | 9791159259708
망한 글은 없다, 다듬지 않은 글이 있을 뿐!!
글쓰기 교육 현장에서 건져 올린 ‘사유의 기술’과 아이를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훈련의 힘을 만난다!
「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는 글쓰기 지도서이자 성장 에세이다. 1장과 3장은 ‘엄마의 말’, 2장과 4장은 ‘아이의 말’, 5장은 ‘선생님의 말’로 구성해 각각의 처지에서 ‘글쓰기라는 작업’의 실체를 파헤친다. 이 같은 5장 구성은 글쓰기와 글이 어떻게 아이·부모·교사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잘 드러낸다. 또한 ‘사고력과 감성’을 함께 키우는 길을 안내함과 동시에 ‘달력 단어장’, ‘글쓰기 젠가’, ‘필사하기’ 등 집에서도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훈련법을 제안하여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2장에서 다루는 “〈글쓰기 제2법칙〉 요약 → 비교 → 해석 → 견해”와 5장의 “수능 문해력을 키우려면? 자유로운 해석 독서법+능동적 독서” 편은 수능을 준비하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유익한 논술 지침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평론가이자 글쓰기 교사로서 저자가 지닌 탁월한 언어 감각으로 책 전체를 단단하게 묶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글쓰기 지도서와 맥을 달리한다. 분석적 시선과 따뜻한 문체가 공존하면서 아이들의 문장 하나하나를 ‘작은 문학’처럼 다룬다. 이는 아마도 저자가 글쓰기를 “기술이자 마음을 담는 예술”로 정의하는 덕분일 터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글쓰기 기술서가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키우고 표현력을 길러주는 종합 가이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3장의 “아이와 읽기 좋은 1970년대 소설”, 부록으로 정리한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도서 추천” 역시 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실용적인 팁이다. “한 글자도 못 쓰겠어요”라며 한숨 쉬는 자녀를 둔 부모, 글쓰기 수업 방식을 고민하는 교사, 나아가 감정의 시대를 지나 사유의 시대로 나아가길 원하는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아는 것도 많고 책도 많이 읽었는데 글은 왜 잘 쓰지 못할까?
“우리 아이는 어려운 글도 잘 읽고 자기주장도 뚜렷한데, 연필만 들면 멈춰버려요.” 「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는 이처럼 많은 부모가 공감하는 고민에 대한 따뜻한 해답이다. 아이들과 수년간 글쓰기를 함께해온 평론가이자 교육자인 저자는 “우리는 지금, 글쓰기가 곧 사고력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자기소개서, 수행평가, 논술은 물론 사회생활의 거의 모든 장면이 ‘이야기를 잘 전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탓이다. 그러나 많은 아이가 백지 앞에서 “아무 생각이 안 나요”라며 좌절한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그는 “글쓰기 능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훈련할 수 있는 기술이다”라고 강조한다.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능력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글을 못 쓰는 아이는 없다. 다만 글로 사고를 정리하는 경험이 부족한 아이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좋은 글은 좋은 생각에서 나오고, 좋은 생각은 ‘생각하는 순서를 훈련한 경험’에서 비롯되는데, 요즘 아이들에겐 생각하는 훈련을 위시하여 머릿속 생각을 밖으로 꺼내 정리하는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재능보다 훈련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글쓰기 교육의 핵심은 ‘퇴고’ 습관이다. 많은 아이가 한 번 글을 쓰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글의 진짜 시작은 퇴고에서’라고 단언한다. 퇴고는 ‘자기 생각을 한 번 더 읽는 훈련’이다. 글을 고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논리를 다시 점검하고, 감정의 균형을 되돌아본다. 즉, 퇴고는 단순히 문장을 다듬는 과정이 아니라 ‘내 생각을 다듬어가는 훈련’이다. 책에는 이러한 훈련법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무작정 글을 쓰게 하는 대신 아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도록 돕는 것, 부모가 자신이 쓴 글을 싫어할 것 같아 망설이는 아이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주기, 흥미를 유발하는 여러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글을 조금씩 매만지는 과정으로 이끌기, 완벽한 글보다 ‘다시 고치는 용기’를 칭찬하기, 글을 수정한 다음 비교하며 읽어보기 같은 제안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아이에게 ‘글쓰기의 실패’ 대신 ‘과정의 즐거움’을 가르친다. 한 문장을 써도 그것이 ‘망한 글’이 아니라 다듬을 수 있는 생각의 원석이라는 관점을 심어주는 것, 이런 의미에서 글쓰기 교육은 “평가의 기술이 아니라 회복의 기술”이 되어야 한다.
엄마·아이·선생, 세 주체가 함께 성장하는 훈련서
「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의 구조적 강점은 명확하다. 각 장이 ‘엄마’, ‘아이’, ‘교사’의 입장에서 서술되었고 말미마다 ‘엄마를 위한 키워드’, ‘아이를 위한 키워드’, ‘교사를 위한 키워드’를 제공한다. 이 같은 삼중 구조는 글쓰기를 ‘개인의 훈련’에서 ‘관계의 훈련’으로 확장한다. 예를 들어 양육자에게는 아이의 글을 읽어본 후 고치라고 하기보다 ‘왜 그렇게 썼을까’를 묻게 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직접 글을 쓰는 당사자인 아이에게는 ‘스스로 주제문을 만들고, 감정을 논리로 풀어내는 실천법’을 소개한다. 또한 교사에게는 ‘학생의 개별 표현을 살리는 피드백 언어’를 강조하는 식이다. 이런 구성은 ‘글쓰기 수업’을 ‘사람을 이해하는 수업’으로 바꾸어 놓는다. 특히 2장에 소개한 ‘글쓰기 법칙 3단계’는 매우 실용적인 팁이다. ‘생각→단어→문장’ 순으로 글을 짓는 “빌드 업(Build-Up)”에서는 무작정 쓰기보다 ‘생각의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요약→비교→해석→견해’ 과정을 통해 논술의 골격을 바로잡으라고 제안하고, ‘첫 번째는 눈으로, 두 번째는 마음으로’ 쓰는 작업을 통해 글 다듬기의 중요성을 짚어준다. 이처럼 아이의 일상과 감정, 부모의 대화, 교사의 피드백이 서로 얽히며 ‘생각하기-쓰기-다듬기-공유하기’의 순환 구조를 완성한 이 책은 단순히 ‘학교 과제용 글쓰기’ 능력 함양을 넘어 ‘평생 사고력 훈련’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글쓰기 책들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망한 글은 없다!”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교육 철학
저자 최서율은 이렇게 말한다. “망한 인생이 없듯, 망한 글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이번 글은 망했어요”라며 고개를 숙일 때, 그는 지우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지우개 없이 글쓰기’를 제안한다. 솔직한 생각을 담은 글은 비판받을 수는 있어도 비난받을 수 없다면서, 화가 이중섭이 껌 종이에 그림을 그렸던 과정을 이야기해준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써본 다음 그로부터 더 변화하며 나아가는 용기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워버린 초고야말로 나중에 보석이 된다는 그의 철학은 입시 중심 교육에 지친 아이들과 부모에게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이 철학은 글쓰기 교육을 넘어 ‘아이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아이의 문장을 고치는 대신, 아이의 생각을 믿는 마음, 그 믿음이 쌓일 때 비로소 글쓰기는 기술을 넘어 성장의 언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이 책에서 ‘대치동표 독서 리스트’는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대학교가 권하는 100선’ 등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내 아이의 수준보다는 쉬운, 그렇지만 백 퍼센트 아는 내용은 아닌 책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독서할 때 반드시 연필을 들라는 제안과 함께). 「대치동 아이는 이렇게 씁니다」는 이처럼 글쓰기 교육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사례와 함께 학습자와 피학습자의 마음과 태도까지 균형 있게 담아낸 보기 드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