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시 동인시집 세트
강형철, 고광헌, 곽재구, 김진경, 나종영 | 그림씨
87,890원 | 20200518 | 9791189231286
“시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 출발은 1981년 7월 간신히 묶여 나온 52편의 시였다.
1981년 7월 함께 살아가고 함께 죽어간 모든 이웃들을 살피며 가슴을 한 올 한 올 풀어 기록한 시집이 출발하였다.
20세기 우리 삶을 기록한 동인지 ‘5월시’는 그렇게 시작하였다.
강형철, 고광헌, 곽재구, 김진경, 나종영, 나해철, 박몽구, 박주관, 윤재철, 이영진, 최두석.
피도 안 마른 머리로 시대를 기록했던 11인의 시인, 그들 마음의 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새 대한민국 시단을 이끌고 가는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견 시인들을 만나게 된다.
‘5월시’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문학적으로 계승하기 위하여 결성된 시인들의 모임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들이 무크지 형식으로 발행한 다양한 제목의 잡지를 가리킨다. 총 5권(실제로는 1994년에 출간된 6집과 판화시집 2권을 포함해 모두 8권이다)의 잡지는 비판적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시를 주로 실었는데, 시 작품들은 강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인식을 생경하게 드러내지 않고 서정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을 지닌다.
형식상의 특징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자유시형이 주로 나타나지만, 3집 이후에는 산문화의 경향이 강해진다. 이런 경향은 4, 5집에 와서 장시의 본격적인 창작으로 귀결된다. 윤재철의 「난민가」, 박몽구의 「십자가의 꿈」, 최두석의 「임진강」 등이 단편 서정시로 소화하기 힘든 현실 문제를 연작 혹은 장시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이 잡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시적인 차원에서 계승하고 이를 널리 파급시켰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또한 현실 인식을 적절하게 담기 위한 소재의 탐색, 다양한 갈래 실험 등을 통해 현실주의 시의 지평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 〈5월시〉 항목에서 발췌)
‘5월시’는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기록하고 있듯이 5.18 민주화운동을 심적, 문학적 바탕으로 출범하였다.
1981년 1집 《이 땅에 태어나서》를 시작으로, 1982년에 2집 《그 산 그 하늘이 그립거든》과 3집 《땅들아 하늘아 많은 사람아》, 1983년에 판화시집 《가슴마다 꽃으로 피어 있어라》, 1984년에 4집 《다시는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1985년에 5집 《5월》, 1986년에 판화시집 《빼앗길 수 없는 노래》, 그리고 1994년 당시 신작시집이었던 《그리움이 끝나면 다시 길 떠날 수 있을까》를 마지막으로 〈5월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시집이었던 제6집이 나온 지 26년이 흐른 2020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5월시’ 동인들이 다시 모였다. 그림씨에서 복간되는 기존 8권의 시집과 더불어, 동인들은 또 하나의 신작시집을 선보이기로 했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하는 그 시인들은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 그들의 세상이 담긴 시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