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실수
김 완 | 하얀책
17,100원 | 20250201 | 9791197556111
상황에 따라, 그리고 감정에 따라, 우리말, 한국말, 한국어를 섞어 쓴다. 우리말은 주관적이고, 한국어는 객관적이다. 한국말은 우리말과 한국어의 중간쯤 된다.
이 책은 24 개의 독립된 주제로 구성되었으나, 비슷한 주제를 모아 다섯 마당으로 꾸며졌다. 책 제목 ‘세종의 실수’ 는 25 개 주제 가운데 하나로, 대표적 수필이나 소설을 책 제목으로 하듯이, 이 책의 제목도 그런 식으로 정했다. 그러니까, ‘세종의 실수’ 를 제외한 24 개 주제는 ‘세종의 실수’ 와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또는 바로 위의 절에서 무엇이든 약간 이상한 점을 느꼈다면, 당신의 눈썰미는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부호 뒤에 오는 조사를 부호로부터 한 칸 띄어 쓴 점이다. ‘조사는 앞말에 붙여 쓴다.’ 라는 맞춤법은 일종의 한국어 문법 명제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고려하면, 조사의 띄어쓰기는 일종의 도발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일종의 한국어 실험서이다. 첫째 마당에서 한글 자음 ‘ㄹ’ 과 두음법칙에 대하여, 둘째 마당에서 띄어쓰기, 부호, 조사에 대하여 문제점을 거론하였다. 특히, 부호 띄어쓰기와 부호 뒤에 오는 조사의 띄어쓰기를 책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실험하였다.
1 년여 전에 내놓은 『어리둥절 한국말』 과 이번에 내놓는 책 『세종의 실수』 의 내용은 서로 사뭇 다르다. 전자는 ‘외국인이 본 한국말’ 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한국인이 본 한국말’ 에 관한 것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전자의 내용은 가벼운 반면, 후자의 내용은 무겁다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세종의 실수』 는 『어리둥절 한국말』 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전체로 보아, 두 책은 ‘한국말,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주제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문제없는 언어는 없다. 그렇다면, 한국말의 문제는 무엇인가? 여기서, 문제란 고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고칠 수 있는 문제이다. 고칠 수 있는 문제를 고치는 첫걸음은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과연, 한국말의 문제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