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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85871387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6-03-30
책 소개
목차
의사 결정 앱, 럭스
엄마의 유품
현명한 자의 특권
테덴 영재 학교 입학식
순긍정 임팩트
지혜는 겁쟁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비밀 동아리의 신고식
잊어버리기 힘든 아이
가면무도회의 뒷모습
승선장 폭발 사건
거짓이 있는 곳에 진실이 있다
허쉬가 사라졌다!
제미니 골드 출시 기념 파티
어리석은 자는 항상 주인을 찾는다
위험한 사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진실의 조각
나노봇과 독감 백신
타락하는 것은 자유이나
별이 빛나는 밤에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의사 결정 앱, 럭스
로리는 하루 종일 제미니와 럭스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의 결정을 럭스에게 맡긴다. 그래서 럭스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면에 절친인 벡은 스마트폰을 전화기로만 사용한다. 기계보다는 자신의 직감을 믿으며 자기 고집대로 꿋꿋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로리는 전국의 영재들만 모인다는 테덴 영재 학교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는다. 그리고 성대한 입학식을 마친 후 맞이한 시뮬레이션 수업의 첫 시간! 상상 이상으로 첨단화된 교실에서 ‘순긍정 임팩트’ 훈련을 받으며 충격에 빠진다.
발을 막 떼려는 순간, 세 번째 신호음이 울렸다. 엄청 크게 들려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오른쪽으로 꺾었다. 케이블카가 언덕 위로 올라오더니 아래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향해서 곧장!
바로 그 순간, 화면이 멈추더니 타서스 선생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게 여러분에게 주어진 상황이에요. 유모차 바퀴가 선로에 꽉 끼어 있지요? 해체하지 않는 한 빼낼 수가 없어요. 유모차를 해체하려면 적절한 장비와 4분 30초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돌진하고 있는 케이블카는 정확히 42초 후에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유모차를 덮치게 되지요.”
선생님 목소리는 마치 날씨 얘기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무덤덤했다.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실제 상황이 아니라 해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타서스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여러분 옆에 서 있는 남자는 몸무게가 200킬로그램이 넘습니다. 장님이자 귀머거리예요. 여러분은 현재 의대 3학년입니다. 그 사람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지요. 그 사람은 여러분이 이끄는 대로만 움직입니다. 10초 후에 그 사람이 선로를 건넌다면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려오는 케이블카에 치이게 될 겁니다. 그러면 케이블카가 유모차를 덮치기 직전에 멈추게 되겠지요. 선택은 여러 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일을 해결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까요?”
화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현장으로 돌아갔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서 뚱뚱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때 케이블카가 경적을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유모차를 당기고 있는 아기의 부모를 바라보았다. 저 부모를 유모차에서 떨어지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공포에 질린 아기 부모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면무도회의 뒷모습
로리는 심리학 수업 시간에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국립의료센터에 접속했다가 우연히 엄마의 의료 기록을 발견한다. 거기에서 엄마가 APD(청각 이상 장애)를 앓았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APD는 환청처럼 들리는 ‘마음의 목소리’로 신경성 질환으로 분류되어 사람들로부터 기피돼 왔기 때문이다.
글을 읽어 가는 동안, 내 머리는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폐 색전증’이라는 단어를 읽고 또 읽었다. 이건 엄마의 의료 기록이 틀림없었다. 출생일과 사망일은 물론, 워싱턴 대학 부속 병원에서 제왕 절개로 여자아이를 출산한 것까지 똑같았다. 심지어 사망 원인까지 딱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이 환자는 APD를 앓았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또 다른 스무 살짜리 여자가 워싱턴 대학 부속 병원에서 제왕 절개를 여자아이를 낳은 뒤 폐 색전증으로 사망했는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면 엄마의 의료 기록이 잘못되었든가, 그것도 아니면 우리 엄마가 미쳤거나.
순식간에 공포가 나를 사로잡았다. 검색한 자료에 따르면, 엄마가 APD를 앓은 경우에 그 자녀가 같은 병을 앓을 확률은 정상인의 세 배가 넘었다. 그렇다면 다웃이 들리는 것도……. 그런데 다웃은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신경성 질환일 뿐이었다. 게다가 APD에 걸린 사람은 대개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2013년 4월의 기록은 테덴 병원에서 작성한 것이었는데, 정신적 장애로 우울증이 심해져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적혀 있었다. K. 힐드브랜드 박사가 거명을 했고, 그 아래에는 심리 검사 결과가 적혀 있었다.
청각 이상 장애에 따른 이상 행동과 성격 장애. ……이 학생의 심리 상태는 더 이상 학업을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음.
그러니까 엄마는 테덴을 자의로 그만둔 게 아니라 쫓겨난 거였다.
위험한 사실
로리는 엄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찍은 학급 사진을 보고 그리핀 페인이 자신의 친아빠라는 걸 알아차린다. 제미니 골드 신제품 출시 기념 파티에 참석해 그리핀 페인과 재회의 시간을 갖지만, 페인 회장은 연설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간다. 한편, 엄마의 의료 기록에 의문을 품은 로리는 진단을 내린 K. 힐드브랜드 박사를 찾아갔다가 임상 실험 결과가 담긴 디브이디를 훔친다.
“통제 집단은 플라세보 효과를 받습니다. 식염수를 코에 뿌리는 거지요. 실험 집단도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받습니다.”
박사가 주사기를 집어 들었다.
“여기에는 나노 크기의 로봇이 이천 개 들어 있습니다. 이 나노봇은 실험 집단의 뇌 속 편도체로 침입하게 프로그램되어 있습니다. 편도체는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에 대해 학습하며, 기억에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또한 신경 전달 물질을 원격 조정하는 역할을 하지요.”
“이 사람들이 사람들 뇌에 나노봇을 집어넣은 거야?”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소리쳤다. 노스의 눈도 내 눈처럼 커졌다.
“실험 참가자는 매일 5분간 우리 수석 연구원을 만납니다. 대신에 실험 참가자에게는 짤막한 심리 치료 시간이라고 알려 줍니다.”
박사가 주사기 대신 작고 까만 리모컨을 들었다. 나는 리모컨 뒤편에 새겨진 G 로고를 바로 알아보았다. 그노시스 제품이었다. 이 임상 실험에 그노시스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실험을 시작할 때마다 연구원이 이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 매우 짧은 거리에서 고주파 신호가 발산됩니다. 이 신호는 통제 집단에게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실험 집단의 경우는 나노봇을 자극해서 신경 전달 물질을 방출합니다.”
노스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이 여자는 사람들 뇌에 로봇을 넣은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작용에 장난을 친 거야. 심지어 실험 당사자에게는 알려 주지도 않고.”
……우리는 남은 엿새 동안의 실험 과정을 마저 지켜보았다. 머리에 나노봇을 넣은 실험 집단은 매번 독약을 마셨다. 게다가 대부분은 기꺼이, 더 이상한 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멍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건 독약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그걸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