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 와 (박설희 시집)
박설희 | 시인의일요일
10,260원 | 20250512 | 9791192732268
존재의 경계에서 건네는 초대장
일상과 사회, 역사적 맥락의 응답
2003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설희 시인의 시집 『우리 집에 놀러 와』가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올해로 등단 23년 차를 맞으며 네 번째 시집을 출간한 박설희 시인의 시세계는, 현실과 사물들을 통하여 세상사의 신산함을 말하는 동시에 그것들을 존중하고 위무(慰撫)하는 정신의 깊이와 함께 언사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집은 생명과 죽음, 자연과 인간, 역사와 공동체, 일상의 희로애락에 대한 폭넓은 시선을 세밀한 시적 언어로 엮어내고 있다. 시인은 한 생명이 떠나고 또 다른 생명이 오는 경계 위에서 우리 삶의 근원과 의미를 절묘하게 응시한다. “한 생명이 가고 한 생명이 왔다”는 시인의 말에서 보이듯, 존재의 순환, 삶과 죽음의 교차, 그 사이를 머무는 간절함 등 인류 공동의 감성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박설희 시인은 침묵 속에서 다가오는 심장, ‘기척들’이란 표현을 통해 삶의 미세한 움직임과 자연의 소리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내면의 고요와 함께 다가오는 새로운 의미의 초대를 건넨다.
박설희 시집의 가장 큰 미덕은 풍부한 감각적 이미지와 밀도 높은 서정성에 있다. 시인은 일상과 자연, 가족을 언어의 재료로 삼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삶의 순간을 시적 공간으로 소환한다. 동시에 산문적인 흐름과 내레이션, 대화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서정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시적 언어를 완성한다. 이러한 특징은 시를 단순한 정서의 고백을 넘어 독자와의 내밀한 교감, 그리고 사유의 확장을 지향하게 한다.
시집 전체에 흐르는 정서 중 하나는 노동, 공동체, 역사적 상처 등 사회적·시대적 문제의식이다. 「법과 편」 「명령」 등에서는 1960~70년대 노동자와 민중의 삶, 그리고 전태일의 일기를 인용하는 등 역사적 현실에 대한 직설적인 발언과 연대의 감각이 두드러진다. 또한 「지바현 능소화」와 같이 한일 간의 역사, 억울하게 흘린 피의 기억, ‘이 자리를 사수하라’는 명령에서 보이듯, 사회적 비극과 인간의 내면이 뚜렷하게 맞물려 있다.
『우리 집에 놀러 와』는 삶과 죽음, 사랑과 상처, 역사와 노동, 공동체와 자연을 넘나드는 입체적 시선으로 현대인의 깊은 내면을 어루만진다. 독자들은 이 시집을 통해 일상적 경험의 틈새에서 피어나는 존재의 의미, 사회적 상처와 치유의 가능성, 자연과 생명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의 독특한 이미지와 언어 실험, 그리고 공감과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진솔한 메시지는 각계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