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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732268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5-05-12
책 소개
목차
1부
다 되어 가 / 컵, 지워지는 / 진창의 노래 / 눈 / 척도 / 종 / 완전한 어둠 / 교착膠着 / 오늘의 불협화음 / 명령 / 법과 편 / 향기점占 / 11월 / 떡! 하니
2부
지구를 굴린다 / 겨울 들판에서 / 눈의 부족 / 첫물 / 바보숲 명상란 / 물속의 사생활 / 문어 / 아로니아밭 / 수척해진 이유 / 모래의 시간들 / 수박 / 만월 / 체위에 관한 단상 / 카니발
3부
환희 / 묵, 묵 / 관管 / 바퀴 / 식욕유 / 터 / 길 위에서 / 지바현 능소화 / 반쪽짜리 자화상 / 곰배령 / 아버지의 손가락 / 경주 남산 / 천년의 아침을 내다보다 / 입
4부
초대 / 비탈에 기대다 / 방 / 지나가는 비 / 목 / 끝내 괄호를 닫지 못하고 / 그림자 혹은/ 거품 / 한 개 촛불 앞이었다 / 무서운 사람 / 늦게 도착한 / 노을 진 자리 / 꽃의 심장에 도달하려면 / 돌멩이 하나 / 들판에서
해설 - 진창길을 헤쳐 가는 ‘눈의 부족’의 노래 | 임동확(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올해 첫물이에요”
비닐봉지에 꽁꽁 싸맨
감자 몇 알과 상추를 내민다
까맣게 그을린 손등과 얼굴로
비닐봉지를 푸는데
씨를 뿌리며 흥얼거린 노랫소리 들린다
잎과 줄기가 피어나리라는 부푼 가슴,
긴 열기 견디고 스며드는 어스름이 고여 있다
울컥,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첫물의 시간들
풋내나는 걸음걸이
두근거리는 심장
시디시어 입에 침이 고이는
떫고 까끌거리는
첫 입학, 첫사랑, 첫 키스, 첫 월급, 첫 출산
첫 죽음까지
「첫물」 부분
우리 집에 놀러 와
감자밭 가장자리를 지나
시냇물 돌징검다리 건너
조팝꽃 쪼르르 피어 있는 오솔길
혼자 오지 말고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
심심한 구름을 데려와
정처 없이 나풀거리는 나비
맑고 서늘한 새소리와 함께 와
사심私心은 두고 와
가볍게 가볍게
첫 번째 갈림길을 만나
소나무 우거진 숲으로
백 걸음쯤 걸으면
네 키의 열 배나 되는 바위가 졸고 있지
「우리 집에 놀러 와」부분
성남 씨가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안 보이는 눈을 껌벅거리며 순녀 씨가 귀를 세운다
소란 씨는 휠체어에서 뒤틀린 몸을 버티며 간신히 눈을 맞춘다
이동 차량이 안 잡힌 대준 씨는 줌 화면으로 얼굴을 보인다
시 창작 첫 수업
내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한다
가지가 앙상한 은행나무가 교실 안을 기웃거린다
은행나무는 사람보다 먼저 직립했다
나무의 체위를 보며 사람들도 직립을 꿈꾸었을까
물속에 서서 자는 고래의 체위를
날면서 자는 새들의 체위를 그려보다가
내 앞에 놓인 시를 더듬더듬 읽는다
「체위에 관한 단상」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