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의 역사
심지영 | 아딘크라
0원 | 20181030 | 9791189453039
콩고민주공화국은 사하라 이남의 흑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갖고 있는 국가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여개의 민족과 언어를 바탕으로 하는 다채로운 전통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국토 234만 km²에 약 9,000만에 가까운 인구를 가지고 있는, 한반도의 10배 면적에 육박하는 대국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고채무 최빈국, 그리고 정치사회적으로는 취약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 같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상황은 독립 이후 국가개발의 실패와 장기집권의 폐해에서 비롯되었다.
1960년, 반세기에 걸친 벨기에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독립 국가를 이루게 되었지만, 독립정부 초기의 극심한 정치적 내분과 지역 분쟁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1965년 쿠데타로 집권한 모부투(Mobutu) 정권은 1997년까지 32년 동안의 장기 집권 과정에서, 극단적으로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경제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민 경제 기반을 와해시키고 국가 행정 체제를 붕괴시켰으며, 거듭된 정책의 실패로 인하여 콩고민주공화국은 이른바 실패한 국가로 전락하였다. 이로 인하여 국가의 정통성이 훼손되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하였으며, 최고 빈곤개도국으로 경제의 수준이 오히려 후퇴하였다.
1997년 모부투 정권이 붕괴되면서 수립된 로랑 카빌라(Laurent Kabila) 정부는 극히 불안한 국내 정치사회적 상황을 안정시키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러나 국지적으로 진행되는 분쟁과 소요로 인하여 이렇다할만한 국가 재건 프로그램이나 경제 회복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시행하지 못하였다.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두 번의 전쟁을 겪는 등 연속적으로 참혹한 분쟁을 겪었다. 1997년에 발생한 첫 번째 분쟁에서 20만 명의 후투족 난민이 학살당하고 100만 명이 실종되었으며, 1998-2003년 사이에 발생한 ‘아프리카의 세계대전’이라 불리는 2차 분쟁에서는 30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2001년 로랑 카빌라 대통령의 뒤를 이은 조제프 카빌라(Joseph Kabila) 대통령은 평화의 회복을 약속하면서 2005년까지의 과도정부 운영, 2006년 민주 합헌 정부 출범을 통하여 콩고민주공화국의 정치사회적 안정과 평화 정착을 향한 과도적 과정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2006년과 2011년 두 차례 연속 대선에서 승리하고, 2016년에 대통령의 임기는 끝났지만, 2018년 현재 여전히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독재 정권을 유지해 가고 있으며, 콩고 동부를 비롯한 국가 전역에서 소요와 분쟁이 계속되며 정치ㆍ사회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
DR콩고는 엄청난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아울러 역사상 처음으로 발전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지만 위협요소도 상당하다. 보통의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유리한 부존자원을 가지고 있는 반면, 그것이 상당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여 약점이 되기도 한다. 혼란한 정치상황과 불안한 사회 환경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부터는 매년 6-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경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으며, 1963년부터 수교를 시작한 우리나라와는 현재 5억 달러에 가까운 교역량을 자랑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에 기여하고자 우리 정부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다양한 공적해외원조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한 관심과 교류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듯 보이지만,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는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콩고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여전히 진행 중인 민족 간의 갈등과 정치적 분쟁들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나라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필요에서 이 책은 국내외의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콩고민주공화국의 역사를 정리하고자 했으며, 서구의 시각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출판되는 여러 출판사의 역사교과서 내용을 함께 반영하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고민주공화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이,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기술된 역사서가 아니라는 점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를 연구하는 지역학 연구자의 시각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의 역사에 대한 자료들을 번역하고 정리한 책으로 읽히고자 하며, 각종 수치와 통계들은 1차 자료에서 도출된 것이라기보다는, 역사를 기술한 기존 자료들의 내용을 번역하여 옮겼음을 밝힌다.
이 책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역사를 크게 세 시기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고대에서부터 왕국을 이루기까지의 시기로서, 기원전부터 19세기까지의 긴 시기가 이에 속한다. 기원전에서 5세기까지는 여러 부족들이 이동하여 거주하던 시기로, 이 기간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5세기부터는 이동하여 거주하던 사람들 가운데 한 지역에 정착하여 영토를 넓히고 왕국을 만드는 부족들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쿠바왕국, 콩고왕국, 룬다제국, 루바왕국 등이 이에 속한다. 대부분의 왕국은 콩고에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19세기까지 지속된다.
두 번째 시기는 벨기에 식민지 시대이다. 벨기에가 콩고 분지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한 1885년부터 콩고가 독립한 1960년까지의 시기가 이에 속한다. 실제로 벨기에령 콩고가 시작된 것은 1906년부터이지만, 사실상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의 주도하에 콩고자유국이 설립된 1885년부터 경제적인 착취가 시작되었으므로 이 시기를 식민지배의 초기로 포함시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1960년 독립 이후의 시기이다. 즉, 독립국이 된 콩고가 오늘날 콩고민주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혼란의 역사로 점철되고 있는 시기를 말한다. 이와 같은 갈등이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60년 이후의 역사는 오늘날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그러하듯이, 유럽인들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기 이전 시대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다. 1장의 내용은 상대적으로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다소 단편적인 역사로 구성할 수밖에 없었으며 향후 계속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부분이다. 아울러 현재 진행형인 현대사와 관련해서도 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기에 가급적 객관적인 사실만을 기술하기 위해 노력했다. 본고는 역사가들의 관점에서 볼 때 미흡한 점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콩고민주공화국의 오늘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되었으며, 후속 연구자들에게 작은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