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DNA (기득권이 만들어내는 한국 사회의 격차)
엄승민 | 부크크(bookk)
33,600원 | 20250910 | 9791112057259
우리는 정말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는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공정성'이다. 능력에 따른 정당한 보상, 기회의 균등, 투명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우리는 꿈꾸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금수저'와 '흙수저'가 인생의 출발선을 결정하고, 명문대 출신이 주요 요직을 독점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영역에서 특정 집단이 지속적인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기득권'의 실체를 파헤치고자 한다. 기득권이란 단순히 부유한 계층이나 권력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적 현상이며,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사회적 지위와 기회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조선시대 양반제에서 시작되어 일제강점기와 해방,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끊임없이 진화해온 한국의 기득권 구조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정치 영역에서는 특정 지역, 특정 학교, 특정 가문 출신들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경제 영역에서는 재벌과 대기업이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금융자본과 부동산 대량 보유층이 불로소득을 누리고 있다. 사회문화 영역에서는 SKY 대학 출신의 학벌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수도권과 강남 출신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문직 영역에서는 각종 면허와 자격 제도가 진입장벽 역할을 하며, 기존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드러난 기득권의 새로운 면모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화이트칼라와 현장에 나가야 하는 필수 노동자 간의 격차, 온라인 교육으로 심화된 교육 불평등, 자산 가격 상승으로 더욱 벌어진 부의 격차는 기존 기득권 구조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동시에 플랫폼 경제의 확산과 함께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득권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
이 책은 기득권에 대한 일면적 비판을 넘어서, 그것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균형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사회 발전을 이끄는 건전한 엘리트의 존재와 불공정한 특권을 누리는 기득권층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완전한 평등 사회는 과연 가능한가, 그리고 바람직한가? 효율성과 공정성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은 한국의 기득권 구조를 역사적 관점에서 추적하고, 그 작동 메커니즘을 분석하며, 해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개혁의 방향을 모색한다. 또한 시민사회의 역할, 새로운 기술의 영향, 세대 교체와 가치관 변화 등 기득권에 도전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살펴본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 소수의 기득권층이 대다수를 지배하는 사회인가, 아니면 모든 구성원이 공정한 기회를 갖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인가?
기득권 없는 완전한 평등 사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라도,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한국 사회 기득권의 실체를 정확히 이해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통찰과 실천 방안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기득권 구조의 개혁은 정치인이나 전문가만의 몫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가 참여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