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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09187428
· 쪽수 : 168쪽
책 소개
목차
1. 뒷간 지키는 아이
2. 도둑 공부
3. 똥 푸고, 넘어지고
4. 천주학쟁이
5. 공부한 죄
6. 향기로운 나물국
7. 아버지에게 가는 길
8. 세상을 밝히는 사람
9. 가짜 도령
10. 마음을 아는 친구들
11. 멍석말이
12. 넌 자유야!
리뷰
책속에서
최 진사는 설사를 자주 했다. 설사병은 이상하게 밤에 잘 도졌다. 그 바람에 솔개까지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솔개는 마당 끝에 있는 뒷간 앞에서 ‘흠흠흠’ 헛기침을 세 번 했다. 뒷간 안에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놀고 있을 처녀 귀신에게 미리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어른들 말씀이, 갑자기 뒷간 문을 열면 처녀 귀신이 놀라서 해코지를 한다고 했다.
뒷간 문을 열고 초롱으로 안을 밝히자, 최 진사가 구덩이 위에 걸쳐 놓은 두 개의 나무판자 위에 발을 올려놓았다. 솔개는 초롱을 뒷간 안쪽에 놓아두고 문을 닫았다.
어둠 속에 홀로 남으니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담 너머에서 백 년 묵은 여우가 휙 날아올 것도 같고, 등 뒤에서 하얀 손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도 같았다.
솔개는 엉덩이가 욱신거려서 몸을 뒤척이다 눈을 떴다.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창호지 문으로 스며들어 와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솔개는 자기 손을 꼭 잡고 잠들어 있는 엄마를 바라봤다. 눈물 자국이 말라붙어 얼굴이 얼룩덜룩했다. 솔개는 엄마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고는 조용히 일어나 마당으로 나갔다.
서늘한 새벽 공기가 살갗에 와 닿자,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어제 일이 또렷이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잘못이라면 노비로 태어난 것뿐이었다. 양반이나 상민, 노비 같은 건 누가 만들었을까? 똑같은 사람인데 왜 어떤 사람은 귀한 대접을 받고 어떤 사람은 천한 대접을 받을까? 솔개는 세상이 원망스럽고 양반들이 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