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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28315796
· 쪽수 : 64쪽
· 출판일 : 2017-06-28
책 소개
목차
긴급 주민회의
이삿짐을 막아라
친구를 멀리하라고요?
엄마 생일을 망쳤어요
고마워, 지음아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와, 30년이나! 그럼 뭐 평생을 해 온 일이네. 몸도 불편한 사람이. 훌륭하다, 훌륭해!”
조용하던 아빠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어요. 아빠는 화면을 뚫어져라 보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이번엔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가 폐지를 팔아 할머니 집에 쌀과 연탄을 사 드리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정작 아저씨 옷은 얇고 허름하면서요.
“사람은 모름지기 저렇게 배려하고 나눌 줄 알아야 하는 거야. 은기야, 잘 봐라. 알았지?”
“네.”
난 아빠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어요. 세울이랑 채팅 중인 대화 창에 글을 쓴 지 삼십 분은 지났을 거예요. 슬슬 애가 타기 시작했어요. 아빠 얘기가 귀에 들어올 리 없죠.
“아유, 우리 은기가 얼마나 착하고 인정이 많은데. 당신이 몰라서 그래. 너무 인정이 많아서 탈이라면 탈이지. 그렇지, 은기야?”
엄마가 내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호호댔어요. 자기 자식은 다 예쁘다는 고슴도치 엄마니까 이해해요. 그런데 아빠한테도 내 자랑을 하네요. 난 아빠 자식이기도 한데 말이죠.
“근데, 넌 도대체 누구랑 그렇게 채팅을 해 대니? 가족이 모여서 오순도순 텔레비전 보는데 그놈의 휴대폰 좀 치우면 안 돼?”
엄마 목소리가 금세 사납게 변했어요. 부드럽던 손길도 거칠게 바뀌어 내 휴대폰을 잽싸게 채 갔죠.
“엄마, 왜 그래? 빨리 주세요.”
“누구랑 하는데?”
“세울이. 내가 좋아하는 애란 말이에요. 조금 있으면 여자 친구가 될 거고요.”
난 입을 오리 주둥이처럼 쭉 내밀었어요.
“쪼끄만 게 무슨 여자 친구야, 여자 친구는!”
“치, 은서랑 싸울 땐 다 컸다고 하더니. 빨리 주세요.”
“그거랑 그게 같아? 삼 학년짜리가 여자 친구가 왜 필요해?”
“필요한 건가? 좋아하는 거지!”
입으론 불퉁대면서도 머릿속엔 세울이가 떠올라 히쭉 웃음이 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