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하기 전

“생각했던 그대로군요.”
“어떤 생각을 했는데요?”
“절대 남자 따위는 들이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담긴 곳이라고 해야 하나.”
“나 놀리는 거죠, 지금?”
“눈치 하난 빠르다니까.”
남자가 여자를 향해 얄미운 웃음을 보였다.
여자는 이렇게 자신의 집 안에서 술판이 벌어질 것이라곤 어젯밤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남자는 자기 집인 양 편안한 자세로 여자에게 술을 건넸다. 단지 술을 먹기 위해서 이 집을 선택했단 생각이 짧은 순간 여자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무슨 생각 합니까?”
“아뇨, 그냥.”
“한 번씩 그런 표정 지을 때마다 나 되게 궁금한 거 압니까?”
“왜 남의 생각을 궁금해하세요? 그건 나쁜 거예요.”
“나쁠 것도 많네. 이렇게 남자 데려다 놓고 딴생각하는 게 나쁜 거 아닙니까?”
“여긴 직장 동료는 받아도 남자는 안 받는 곳이라서요.”
“나, 왜 봤어요……?”
“그냥…… 봤어요. 좀 보면 안 돼요? 그리고 내가 보는 줄 알았으면…….”
“내가 이러는 거, 싫지 않은 걸로 해석합니다.”
“네?”
남자의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남자의 입술이 여자에게 급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게 혹시 키스일까?
하는 머릿속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여자를 깊숙이 끌어안고 거친 입맞춤을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