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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현대철학 > 현대철학 일반
· ISBN : 9788932029047
· 쪽수 : 323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밥풀때기와 개흘레꾼을 위한 레퀴엠
제1부 20세기 정치사상의 임계
1장 20세기의 보편주의와 ‘정치적인 것’의 개념: ‘적’을 둘러싼 정치사상의 계보학
2장 전쟁의 정치, 비판의 공공성: 슈미트와 하버마스 사이에서
제2부 정치신학의 쟁점들
3장 ‘적의 소멸’과 정치신학: 칼 슈미트의 카데콘과 메시아
4장 신의 폭력과 지상의 행복: 발터 벤야민과 탈정치신학
제3부 파국 너머의 메시아니즘
5장 종말론 사무소의 일상 업무: 조르조 아감벤의 메시아니즘
6장 절대적 계몽, 혹은 무위의 인간: 아감벤 정치철학의 현재성
제4부 언어의 운명과 문학의 자리
7장 자연, 법, 그리고 문학: 발터 벤야민과 인간의 언어에 관하여
8장 신화를 거스르는 문학의 언어: 발터 벤야민의 비평에 관하여
에필로그 종말론 사무소는 왜 지속되어야 하는가?
참고문헌
색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르키온으로 대표되는 그노시스의 사상은 이렇게 사악한 창조의 신과 그의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구원의 신을 대치시킨다. 초기 기독교의 교부들은 이런 그노시스적 사유에 대항하기 위해 어떻게든 논리를 구축해야만 했다. 논리상으로 볼 때 마르키온의 주장이 기독교보다 일관됐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상의 교회는 우주/세계가 왜 유지되면서도 파멸되어 구원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만 하는 임무를 떠맡게 된다. 이는 지상의 삶이 부정되고 파괴되어야 할 창조신의 작품이라는 마르키온적 논리에 대한 응수였다.
조르조 아감벤은 최근의 저서 『왕국과 영광Il Regno e la Gloria』에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벤야민은 스스로를 기독교와 유대교의 특이한singular 교차점에 자리한 사상가로 자리매김했는데, 그런 그가 종말론 사무소를 주저 없이 재개하려 했을 때 위르겐 몰트만J?rgen Moltmann이나 찰스 도드Charles H. Dodd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 그러나 종말론보다는 메시아니즘에 관해 말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여기서 아감벤이 말하는 “종말론 사무소”는 1925년에 사후 출간된 에른스트 트뢸치Ernst Troeltsch의 저서로부터의 인용이다. “오늘날 종말론 사무소는 대개 폐쇄되었다. 이 사무소가 폐쇄된 까닭은 그 기초가 되는 사상의 뿌리가 일실逸失되었기 때문이다.”
벤야민은 세상의 파국을 영웅의 희생으로 막은 결과, 이후의 역사 세계에 사는 피조물은 모
두 이 영웅에게 생명을 빚지게 되는 것이 법의 지배라고 말한다. 즉 역사 세계의 모든 피조물들은 이미 “죄-부채Schuld”를 짊어진 존재이며, 자신의 삶 자체를 빚지고 있는 만큼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죄-부채 연관Schuld-Beziehung’에 종속된 존재라는 것이다. 중요한 지점은 바로 연관 속에서 인간으로부터 “단순한 생명”이 분리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연관은 인간으로부터 단순한 생명을 분리시킴으로써 약동하는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 단순한 생명의 등장으로 법은 결코 약동하는 삶을 지배할 수 없다. 이 약동하는 삶이야말로 벤야민이 슈미트의 결단과 결정적 대립각을 내세우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