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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3586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5-04-1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백엽상 | 윙스팬(Wingspan) | 가장 높은 곳으로 | 황차의 별 | 유리우주 | 휴무 | 볕을 기르기로 했어 | 물가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 | 물보라 이후 | 요재지이(聊齋志異) | 나의 모험 만화 | 망상 하천
2부
Act II | 히쓰지분가쿠(羊文学) 보컬과 결혼하려면 | 탕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 | 장수민해독센터 | 좋은 것만 드려요 | 수련 일지 | 부추와 나 | 성물방 | 슈베르트 방은 말한다 | 백봉령 버터 박물관
3부
딸기의 고장에서 태어난 사람 | 바티칸에서 온 사람 | 무국적 발자국 | 겨울 나라에서 | 다 뜻이 있겠지 | 물에 빠지는 이 모든 | 폴란드식 기념품 | 차이나타운 | 눈송이를 위한 자장가
4부
첼리스트 | 걸어도 걸어도 | 스위트 나이트 | 공휴 | 토마토를 골라줘 | 여름 느낌 단편 | 상자 놀이 | 봄꿈 | 천도복숭아 나올 무렵 | 음양 자르기
5부
꼬리 연습 | 여기 지팡이 있어요 | 춘일광상(春日狂想) | 「미친 봄날 생각」 | 서칭 포테이토칩 | 십번기 | 재단사는 떠난다 | 30분째 개구리를 보는 사람 | 여름방학 | 무한 타월 | 현관을 열고
해설
미친 봄날의 끝말잇기 · 홍성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제는 웬 할머니가 왔어
피난을 떠나며 버린 풍금이 꿈에 나오더이다
뭐라도 연주해달라는 듯
건반이 자꾸 반짝이더이다
선생님은 할머니를 어머니라고 불러 자기 엄마도 아니면서 어머니 여기는 미예요, 미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나 미애예요
미애
인간의 생이 몇 장짜리 악보이고
하나의 곡을 반복하는 것이 연습이라면
하나라는 고통을 되풀이하는 인간은 어떤 악기인 걸까
검은 피아노를 마주하면 알게 되지 손안에 흰 달걀을 쥐고 살아왔다는 것을
그것을 지키려는 자도, 깨뜨릴 각오로 두드리는 자도 있어서
가끔 궁금해져
어떤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노른자로 손을 적시는지
사람마다 틀림없이 달리 들리는 종잇장들이 내 바닥에 교교히 펼쳐져 있다 미애
저거 말고 이걸 연주해주면 좋겠는데
―「슈베르트 방은 말한다」 전문
촛불을 불면
눈앞의 모든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생일이 좋았다
내게 말을 거는 얼굴을
적의 없이 바라볼 수 있어서
타인이 건네는 목소리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어서
코끝에는 연기 냄새
어두운 세상에서 다들
제 몫의 접시를 들고
서 있다는 걸 안다
[……]
날 부르는 목소리를 경계하며
살아간다 해도
한 번쯤 불을 껐던 그 입으로
누군가를 새로이 축복할 수 있기를
―「무국적 발자국」 부분
내 방엔
뜯지 않은 택배가 여러 개 있다
심심해지면 상자를 하나씩 열어본다
오래 기다린 상자는
갑자기 쏟아진 풍경에 깜짝 놀라거나
눈을 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건 착각이야
누군가 눈 뜨기 전에 세계는 먼저
빛으로 눈꺼풀을 틀어막지
나는 상자가 간직한 것을 꺼내며 즐거워한다
[……]
방을 둘러보면 여전히 상자가 수북하다
이삿짐이나
유품 같다
빈 상자가 늘고
열 만한 것이 사라져가면
나는 이 방을 통째로 들어
리본으로 묶을 궁리를 해본다
―「상자 놀이」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