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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방랑, 파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73514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6-03-12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73514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6-03-12
책 소개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서른다섯 번째 안내서. 202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소설집 『어린 심장 훈련』, 장편소설 『키오스크 학교』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소설가 이서아의 연작소설집이다.
신성과 세속, 숭고와 사랑
양극단에 놓인 두 초점 사이에서 포착되는
처연하고 아름다운 삶의 궤적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서른다섯 번째 안내서. 202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소설집 『어린 심장 훈련』, 장편소설 『키오스크 학교』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소설가 이서아의 연작소설집이다.
여기 천천히 소멸해가는 바닷가 마을, 신을 흉내 내는 사람들이 있다. 단짝 할머니 향자와 미자, 백반집을 운영하는 지애와 지환, 요양보호사 혜란 그리고 이 마을에 새로 온 ‘나’까지. 세 개의 연작 속 여섯 인물의 삶은 서서히 그러나 매우 깊이 얽혀들어 마을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서사를 직조한다.
“생은 직선적이거나 선형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으며, 확고하게 규정하기 어렵다”는 작가의 말처럼, 삶의 슬픔은 파도처럼 겹겹이 밀려온다. 거듭 포개어지는 실패와 낙담 사이, 우린 모두 언제나 풋내기 서퍼일 따름이다. 다만 이 이야기 속 사람들같이 따스한 온기를 지닌 이들이 곁에 있어준다면, 끝 모를 서핑 수업이 그리 절망적이지만은 않으리라.
마음 없는 신의 형상 앞에
사랑을 되묻는 “쓸쓸한 심장”
첫 번째 소설 「방랑, 파도」는 해변 마을의 도착한 ‘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식당을 운영하는 남매 지애와 지환(백과 반)의 집에서 하숙하며 요양원으로 출근하는 ‘나’는 그곳에서 향자 할머니를 만난다.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던 와중에 할머니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나’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슬픔을 반추한다. 그리고 남매로부터 서핑을 배우면서 파도와 같이 밀려오는 세계의 고통을 감당코자 한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거대한 존재가 절을 하듯이 두 손을 바다에 댄 채 엎드려 고개를 돌렸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존재였다. 나는 볼품없이 작았다. 손톱만큼 작았다. 모래만큼 작았다. 신의 앞에서, 나는 초등학생보다도 작았고 어렸으며 슬픔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그건 신성한 일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일도 아니었다. 그건 단순한 일이고, 무심한 일이며, 초라한 일이었다.
— 「방랑, 파도」 177쪽
그렇게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나’는 마침내 신을 만나게 된다. 해변에 강림한 그 거대한 존재는 두 손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채 고개를 돌려 누워 있는 ‘나’를 무심히 바라본다. 고해(苦海) 따위 관심 없는 신의 형상. 하나 차라리 그것이야말로 구원일지도 모르겠다. 숭고의 체험 속 밀려오는 체념과 무력감,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종종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아홉 번째 파도를 지나는
풋내기 서퍼의 상실과 회복
두 번째 소설 「빗금의 논리」는 「방랑, 파도」의 백반집 남매 지애와 지환의 이야기이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성장하면서는 어머니와 자기 자식을 잃은 지애가 고향으로 돌아와 혜란을 만난 뒤, 서핑을 즐기며 상실감으로부터 점차 마음을 회복한다.
세상의 모든 서퍼는 바다를 정복하려 하지도, 파도를 통제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기 몸의 흐름을 파도의 흐름에 기꺼이 맞출 뿐이다. 혜란의 눈에 지애도 그러했다. 지애는 파도를 타고 또 타며 무수히 많은 물결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 「빗금의 논리」 92쪽
무심한 신을 향해 대답 없는 물음만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어느 밤, 남매는 짐짓 신의 시야를 흉내 내어 세상을 굽어보기 시작한다. 스스로의 고통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이들의 안간힘은 이윽고 한 장의 연(鳶)이 되어 하늘로 비약한다. 창공으로 날아오른 연 위에서 세상의 비극을 내려다보는 시야 속,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하는 얼레를 쥔 듯한 전능감으로 인해 흐느낌은 곧 잦아든다. 반복되는 비극을 ‘운명’이라는 낯설고 또 낯익은 낱말로 번역해내려는 어설픈 흉내, 우리는 그 또한 구원이라고 부르지 않나.
낙담과 희망, 멸시와 존엄, 삶 그리고 죽음
양극단을 오가며 생을 유영하는 순례자들
세 번째 소설 「향자」는 자신에게 옷 만드는 법과 음식 짓는 법을 알려준 친구 미자가 쓰러지자, 홀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는 향자의 삶을 그린다. 그 둘이 젊었을 적 나눴던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각자의 비밀을 다룬다.
모두가 서로를 의식해 행복을 가장하는 세상 속에서도 불가사의한 존재는 늘 태어나는 법이다.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은 생을 건축하는 사람들. 남이 떠들거나 말거나. 내 생이 어떤 시선 속에서 초라하거나 말거나. 나는 나의 작은 정원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사람들. 미자는 그런 여자였다. 미자는 이 마을에 이 세상에 이 지상에 흠결 없는 생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기이한 여자 취급할 때 그 마음의 근원이 미자의 생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향자」 107쪽
향자와 미자를 비롯해, 세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을 결속하는 아교는 바로 그들이 저마다 간직한 모종의 죄책감이다. 그렇게 소설은 신성과 세속, 숭고와 사랑, 양극단으로 놓인 두 개의 초점 사이에 포착되는 어떤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이서아 작가는 능숙하게 작품의 렌즈를 조절한다. “무의미의 바다 위 방랑하듯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나가야 하는, 인간 삶의 근원적 비극성과 고귀함을 향한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헌사”(강동호 문학평론가)라는 평처럼, 『방랑, 파도』는 이러한 숭고의 체험을 정확히 현시한다.
양극단에 놓인 두 초점 사이에서 포착되는
처연하고 아름다운 삶의 궤적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서른다섯 번째 안내서. 202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소설집 『어린 심장 훈련』, 장편소설 『키오스크 학교』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소설가 이서아의 연작소설집이다.
여기 천천히 소멸해가는 바닷가 마을, 신을 흉내 내는 사람들이 있다. 단짝 할머니 향자와 미자, 백반집을 운영하는 지애와 지환, 요양보호사 혜란 그리고 이 마을에 새로 온 ‘나’까지. 세 개의 연작 속 여섯 인물의 삶은 서서히 그러나 매우 깊이 얽혀들어 마을의 역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서사를 직조한다.
“생은 직선적이거나 선형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으며, 확고하게 규정하기 어렵다”는 작가의 말처럼, 삶의 슬픔은 파도처럼 겹겹이 밀려온다. 거듭 포개어지는 실패와 낙담 사이, 우린 모두 언제나 풋내기 서퍼일 따름이다. 다만 이 이야기 속 사람들같이 따스한 온기를 지닌 이들이 곁에 있어준다면, 끝 모를 서핑 수업이 그리 절망적이지만은 않으리라.
마음 없는 신의 형상 앞에
사랑을 되묻는 “쓸쓸한 심장”
첫 번째 소설 「방랑, 파도」는 해변 마을의 도착한 ‘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식당을 운영하는 남매 지애와 지환(백과 반)의 집에서 하숙하며 요양원으로 출근하는 ‘나’는 그곳에서 향자 할머니를 만난다. 그렇게 점점 가까워지던 와중에 할머니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나’는 자신과 주변인들의 슬픔을 반추한다. 그리고 남매로부터 서핑을 배우면서 파도와 같이 밀려오는 세계의 고통을 감당코자 한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거대한 존재가 절을 하듯이 두 손을 바다에 댄 채 엎드려 고개를 돌렸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존재였다. 나는 볼품없이 작았다. 손톱만큼 작았다. 모래만큼 작았다. 신의 앞에서, 나는 초등학생보다도 작았고 어렸으며 슬픔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그건 신성한 일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일도 아니었다. 그건 단순한 일이고, 무심한 일이며, 초라한 일이었다.
— 「방랑, 파도」 177쪽
그렇게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 ‘나’는 마침내 신을 만나게 된다. 해변에 강림한 그 거대한 존재는 두 손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채 고개를 돌려 누워 있는 ‘나’를 무심히 바라본다. 고해(苦海) 따위 관심 없는 신의 형상. 하나 차라리 그것이야말로 구원일지도 모르겠다. 숭고의 체험 속 밀려오는 체념과 무력감,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종종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아홉 번째 파도를 지나는
풋내기 서퍼의 상실과 회복
두 번째 소설 「빗금의 논리」는 「방랑, 파도」의 백반집 남매 지애와 지환의 이야기이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성장하면서는 어머니와 자기 자식을 잃은 지애가 고향으로 돌아와 혜란을 만난 뒤, 서핑을 즐기며 상실감으로부터 점차 마음을 회복한다.
세상의 모든 서퍼는 바다를 정복하려 하지도, 파도를 통제하려 하지도 않는다. 자기 몸의 흐름을 파도의 흐름에 기꺼이 맞출 뿐이다. 혜란의 눈에 지애도 그러했다. 지애는 파도를 타고 또 타며 무수히 많은 물결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 「빗금의 논리」 92쪽
무심한 신을 향해 대답 없는 물음만이 허공으로 흩어지던 어느 밤, 남매는 짐짓 신의 시야를 흉내 내어 세상을 굽어보기 시작한다. 스스로의 고통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이들의 안간힘은 이윽고 한 장의 연(鳶)이 되어 하늘로 비약한다. 창공으로 날아오른 연 위에서 세상의 비극을 내려다보는 시야 속,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하는 얼레를 쥔 듯한 전능감으로 인해 흐느낌은 곧 잦아든다. 반복되는 비극을 ‘운명’이라는 낯설고 또 낯익은 낱말로 번역해내려는 어설픈 흉내, 우리는 그 또한 구원이라고 부르지 않나.
낙담과 희망, 멸시와 존엄, 삶 그리고 죽음
양극단을 오가며 생을 유영하는 순례자들
세 번째 소설 「향자」는 자신에게 옷 만드는 법과 음식 짓는 법을 알려준 친구 미자가 쓰러지자, 홀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는 향자의 삶을 그린다. 그 둘이 젊었을 적 나눴던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각자의 비밀을 다룬다.
모두가 서로를 의식해 행복을 가장하는 세상 속에서도 불가사의한 존재는 늘 태어나는 법이다. 타인을 과도하게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은 생을 건축하는 사람들. 남이 떠들거나 말거나. 내 생이 어떤 시선 속에서 초라하거나 말거나. 나는 나의 작은 정원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사람들. 미자는 그런 여자였다. 미자는 이 마을에 이 세상에 이 지상에 흠결 없는 생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기이한 여자 취급할 때 그 마음의 근원이 미자의 생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향자」 107쪽
향자와 미자를 비롯해, 세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을 결속하는 아교는 바로 그들이 저마다 간직한 모종의 죄책감이다. 그렇게 소설은 신성과 세속, 숭고와 사랑, 양극단으로 놓인 두 개의 초점 사이에 포착되는 어떤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이서아 작가는 능숙하게 작품의 렌즈를 조절한다. “무의미의 바다 위 방랑하듯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나가야 하는, 인간 삶의 근원적 비극성과 고귀함을 향한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헌사”(강동호 문학평론가)라는 평처럼, 『방랑, 파도』는 이러한 숭고의 체험을 정확히 현시한다.
목차
방랑, 파도
빗금의 논리
향자
에세이_ 슬픔에 관한 소회
해설_ 신을 흉내 내는 아이들(안세진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저 끝에서 저 끝까지 이어지는 물결을 눈으로 좇으며 나는 생각했다—그 노인의 장례는 지금쯤 끝이 났을까?/ 노인의 영혼을, 하늘의 노동자들이 데려갔을까?/ 하늘의 노동자들이 새가 되어 이 땅에 내려왔을까? 갓 태어난 영혼이 담긴 보자기를 입에 물고 날아와 땅에 도착했듯이, 노인의 영혼을 하늘로 데려다주었을까?/ 아니면 차를 타고 거기 도착했을지도 몰랐다./ 운전을 해서. _「방랑, 파도」 중에서
퇴근 시간에 향자 할머니의 방을 지나쳤을 때, 할머니는 또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자글자글한 손으로 밑줄을 그으면서./ 웬만한 슬픔은 이미 오래전에 견뎌봤다는 듯이./ 웬만한 굴곡은 이미 수십 번도 더 건너봤다는 듯이. _「방랑, 파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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