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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112428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005
잃어버린 일기장을 찾아서 009
프랜시스 톰프슨의 일기 026
하늘의 사냥개 168
The Hound of Heaven 182
쓰고 나서 194
프랜시스 톰프슨의 연보 202
참고 문헌 206
책속에서
우리 언어에서 ‘거의’보다 허망한 단어가 또 있을까? 거의 삶이라 할 만한 나의 삶, 거의 사랑이라 할 만한 나의 사랑, 거의 몰락이라 할 만한 나의 몰락, 거의 명망이라 할 만한 나의 명망, 거의 사제, 거의 의사, 거의 시인. ‘거의’에 관해 내가 할 말이 더 많아질 수는 없을까? 하지만……. 언제나 ‘하지만’이 있어서 나는 실패했다.
-‘2월 20일 일기’ 중에서
소량의 아편은 몸의 통증을 사라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 계시까지 즉각 보내 주었다. 아른아른 빛나는 구름에서 내려오는 갖가지 성곽과 성당과 수도원들, 다이아몬드와 루비와 사파이어처럼 각도에 따라 여러 색으로 빛나는 대양 위의 대양과 호수 위의 호수, 금빛 태양빛에 흠뻑 젖은 산맥의 끝없는 전망을 향해 쭉 펼쳐진 하늘의 유리 정자亭子들! 모든 것이 하느님은 천국에 계시고 세상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선포했다.
청춘의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던 나는 아편이 자아낸 온갖 환영의 행렬에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떡이며 술탄처럼 차분해졌다.
나는 행복했다.
-‘2월 25일 일기’ 중에서
오늘 크고 순수한 눈을 가진 여자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들꽃을 꺾고 있었는데 나에게 그 꽃을 주었다. 말할 수 없이 감동했고 기뻤다. 아이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네자 그 아이는 꽃과 새와 자신의 언니 오빠들에 대해 신나서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흥밋거리도 아니겠지만 나는 흠뻑 매료되어 귀를 기울였다. 얼마나 단순하고 신기하고 멋지고 달콤했는지! 평범한 사람은 자신이 발로 짓밟는 데이지처럼 이 모든 절묘함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먼지 묻도록 방황한 이의 발에 데이지가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고 말이다
-‘4월 6일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