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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7902535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24-04-25
책 소개
목차
행간을 걷다 9
작품해설 202
작가의 말 21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매번 결말이 달라지는 꿈,
입구와 출구가 모두 없는 잠.
영원히 끝나지 않는 소설!
문장, 문단, 서사의 차원까지 모조리 양자의 비밀을 품은 이 소설은 “진리는 문자에 담기지 않고 여백에 담기”며 “그 안에서 쉴 새 없이 진실이 요동”친다는 책의 의미를 현시한다. 다시 말해 문자보다는 여백이, 여백보다는 그 안에 담긴 운동성이 진리에 더 가깝겠다는 것이다. (……) 이 소설에서 행간이란 텅 빈 공허가 아니라 물질로 가득 찬 요란한 요새이며, 모순되는 것들이 부글부글 끓는 채로 유지되는 시끄러운 침묵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걷는 행간은 한적하고 깊은 우물 같은 것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주객과 시공간과 인과율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팽팽한 힘줄 같은 것이다. (……) 이 소설은 남자가 자기 안의 모순으로 퇴행하듯, 이야기의 진행마저도 자꾸만 이야기 안으로 퇴행하는 기이한 균열을 현시한다. 행간의 장력 탓에 영원히 끝나지 않는 소설의 마법, 알레프의 저주이자 축복 같은 이 소설은 다시 하천의 이야기를 끌어내며 끝이 아닌 지속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전청림, 「작품해설」 중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부터 나는 둘로 나뉘었다. 오른쪽 절반은 더 이상 내가 아니고 왼쪽 절반에만 겨우 내가 남았다. 둘로 나뉘기 전까지 나는 오른손잡이였다. 그래서 나의 인생은 늘 오른쪽에서 시작됐다가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오른손은 모험을, 왼손은 균형을 담당했다. 그러니 왼쪽 절반에 유폐된 나는 권태와 허무 사이를 오가다가 여생을 소진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서 사라진 오른쪽 절반의 인간이 나는 몹시 그립다. 그는 나를 통째로 지배하고 있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