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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32918501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17-12-30
책 소개
목차
얼어붙은 바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섬너의 마음이 북쪽의 빙원으로 달음질쳤다. 출항하면 그도 틀림없이 위대한 경이를 볼 수 있을 터였다. 일각수,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앨버트로스, 북극 바다제비, 북극곰. 섬너가 엄청난 크기의 참고래들이 잠잠한 빙상 아래에서 납빛 먹구름처럼 떼 지어 유영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목탄도 준비됐겠다, 이 모든 걸 스케치하기로 했다. 수채 물감으로 풍경화를 그리고, 가능하다면 일지도 작성해야지. 왜 아니겠어? 섬너는 시간이 많을 터였다. 브라운리가 이 점을 명토 박아 줬다. 섬너는 폭넓게 책을 읽을 요량이었고(모서리가 잔뜩 접힌 호메로스도 가져왔다) 까짓것, 안 써서 다 잊은 그리스어도 연습해야지. 씨발, 못 할 게 뭐야? 섬너에게 다른 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었다. 물론, 가끔 설사약을 나눠 주고, 또 사망 진단도 하기는 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그런 걸 제외하면, 포경 항행은 일종의 휴가였다. (……) 광란의 인도 전선에서, 더위와 추잡함, 잔혹한 만행, 지독한 악취에서 빠져나온 섬너. 그에게는 바로 이런 여행이 필요했다. 그린란드에서 고래를 잡는 일이 어떻든 간에, 설마, 인도와는 전혀 다르리라는 것이, 섬너의 판단이었다.
「그런데, 그 아일랜드 의사는 어디에다 쓰게요?」
「섬너?」 백스터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싱긋 웃었다. 「내가 왜 그놈을 데려왔겠어? 한 달에 2파운드, 그리고 톤당 1실링. 대충 그 정도 액수. 뭔가 냄새가 나, 틀림없어. 그래도,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놈이 우리랑 마찰을 원하지는 않을 거야. 그건 틀림없지.」
「삼촌 죽었다는 얘기는 믿어요?」
「아니, 전혀. 자넨 믿나?」
섬너가 다시금 있는 힘을 다해 왼손을 내리누르자, 조금 더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때 팔꿈치가 중심축으로 사용됐다. 섬너가 순간, 몸의 자세와 균형이 적절하며, 빠져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바로 그 순간, 누르고 있던 부빙이 갑자기 옆으로 움직였다. 섬너의 오른쪽 팔꿈치가 미끄러져 돌아갔고, 그의 턱이 부빙의 예리한 모서리에 꽈당 하며 세게 부딪혔다. 짧은 순간 쳐들린 시선으로 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하얬는데, 눈발 때문인지 꼭 써레질을 해놓은 것 같았다. 그는 가망 없는 상태로, 멍하고 아찔하기만 했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물이 섬너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