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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34940852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이상한 애가 왔어
자꾸만 사라지는 애
모퉁이 교실의 구멍 글씨
이상한 소리가 났대
헛소리 때문에
부서진 계단으로
증거보다 중요한 것
책속에서
아빠가 내 말을 안 믿은 것 같기도 해요. 사실은 나도 학교에 진짜 토끼가 오는 건지 쪼끔은 의심스러워요. 타박타박 걸어가는데 재우가 뛰어왔어요.
“어이, 새봄. 뭐 문제 있냐?”
나는 잠자코 걷기만 했어요. 재우는 좀 이상해요.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해요. 지금처럼 ‘어이, 새봄’ 하는 게 특히 마음에 안 들어요. 나랑 동갑이면서 꼭 어른처럼 군단 말이죠.
“어이, 새봄. 오늘 진짜로 걔가 올까?”
나는 대답하기 싫었어요.
“너, 진짜로 토끼 사료를 가져온 거야?”
“…….”
“설마, 그게 진짜로 토끼한테 좋을 거라고 믿냐?”
나는 재우를 확 째려보았어요.
우리 학교에 토끼가 온대요. 장갑분 할머니 고향에서.
장갑분 할머니가 특별히 부탁했대요. 당연히 우리를 위해서지요.
우리 학교에는 올해도 입학생이 줄었답니다. 학교에 입학할 아이가 부족하다는 뜻이죠. 이러다가는 학교가 텅텅 비고 말 거래요.
사실 이건 어른들 말이에요. 나는 잘 모르겠어요. 결석하는 애가 없으면 교실이 꽉 찬 것 같으니까요.
우리 학교는 올해 백 년이 됐어요. 학교가 백 살이나 먹은 거예요.
백 년이라니.
나는 이게 얼마나 많은 시간인지 상상도 못 하겠어요. 엄청난 숫자라는 것 말고는. 하지만 학교에 올 아이가 없으면 끝이죠 뭐. 손님이 없는 가게처럼 학교도 문을 닫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장갑분 할머니가 한숨을 포옥 쉬었어요.
“하이~고~오! 오늘 구구단 시험 때문에 내가 잠을 다 설쳤다.”
“아직도 못 외우셨어요?”
할머니 마음이 어떨지 알 것 같아요. 나도 구구단을 못 외울 때 그랬거든요.
우리 반 애들은 몇 명 빼고는 구구단을 줄줄 외울 줄 알아요. 하지만 아직 곱셈이 서툰 친구들 있어서 요즘 복습을 하고 있답니다.
“에구……. 나도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닌디 말여. 늙으면 머리가 말을 안 들어. 이래서 배움도 다 때가 있는 법인갑다.”
장갑분 할머니는 우리 반 친구예요. 나이가 67살입니다. 하지만 나랑 같이 입학해서 이제 3학년이에요. 어렸을 때 학교를 못 다녀서 지금 다니는 거래요. 선생님보다 어른이라 우리는 모두 장갑분 할머니를 ‘짱 할머니’라
고 부르지요.
“짱 할머니, 오늘 진짜로 토끼가 와요?”
“암만! 분명히 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