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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34949008
· 쪽수 : 260쪽
목차
prologue---선현경 007
파도를 탄다 011
스포츠 014
장롱면허 018
위험한 일 024
칼로 물 베기 039
부기보드 vs. 서핑보드 046
눈치 053
물의 언덕 058
코끼리 064
코로나 시대의 서핑 070
패들링 지옥 080
사랑의 파도 086
바다 위의 풍경 092
관객 098
상어와 해파리 105
썩지 않는 것들 111
파도수집노트 116
해녀와 서퍼 122
지친 파도 130
허슬러 138
겨울 동해의 드레스 코드 147
마이너리티 리포트 152
오서독스 157
다른 스포츠엔 없는 163
기도 167
커피와 담배 171
마스터 176
꿈 182
슈트 189
준비물 195
만리포 202
남과 다른 파도를 탄다는 것 212
딸에게 217
위대한 힘에는 항상 큰 책임이 따른다 222
파도를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 229
인구 238
송정 248
다다를 수 없는 253
epilogue---이은서 25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보디보드에 앉아 있으면 듣는 질문이 있다. 서퍼들이나 한 번도 파도타기를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다가와 묻는다. “그건 이름이 뭐예요?”
서핑과 보디보드(부기보드) 타기는 다르지 않다. 올라타는 물체가 다르고 타는 방법도 다르지만 파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러니 앞에서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적용된다. 느긋하게 타든 목숨 걸고 타든 그건 파도 타는 사람 마음이다.
보디보드를 타기 위해선 배꼽까지 오는 스티로폼 재질의 보디보드와 오리발(보통 핀이라고 하는데, 여기선 서핑보드의 핀과 구별하기 위해 오리발로 적는다)이 필요하다. 보디보드용 오리발은 일반 잠수용 오리발과는 달리 조금 더 딱딱하고 길이가 짧다. 패들링과 순간적인 발차기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보디보드용 오리발은 또 다른 중요한 역할도 하는데 그건 서핑보드 핀의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보디보드에는 핀이 없다. 그래서 파도 면을 탈 때 두 발에 낀 오리발을 서핑보드의 핀처럼 이용한다.
보디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몸 전체를 이용한다. 몸통을 서핑보드처럼 사용한다고 해서 이름이 보디보드다. 서핑보드보다 더 격렬하고 원시적인 파도타기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보디보드’란 이름보다는 ‘부기보드’란 이름이 더 좋다.
1971년 하와이의 ‘톰 모리Tom Morey’라는 사람이 서핑보드를 두 동강 낸 듯한 ‘모리부기’란 걸 만들어서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재즈광이어서 자신이 만든 파도타기 도구에 재즈의 한 장르인 ‘부기우기boogie woogie’를 따 ‘모리부기’라 이름 붙였다. 이후 한 보드 회사가 그에게서 ‘모리부기’를 인수하게 되었고 ‘부기보드’란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했다. 그래서 다른 후발 업체들은 ‘부기보드’란 이름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안으로 만들어낸 이름이 지금의 ‘보디보드’라고. 그러니 ‘부기보드’랑 ‘보디보드’는 같은 것이다. 이 책에선 앞으로 ‘부기보드’라고 부르겠다.
그토록 위험하고 신경 쓸 일이 많음에도 파도타기에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도타기는 어린 시절 해 질 녘까지 “한 번만 더!”를 외치며 타던 미끄럼틀과 비슷하다. 경사면을 주르륵 타고 내려올 때의 그 즐거움을 안다면 누구나 중독될 수밖에 없다. 파도타기는 스키, 스케이트보드, 썰매, 스노보드를 타는 것과도 비슷하다. 파도타기가 그런 탈것들과 다른 점이라면 타고 내리는 경사면이 물로 되어 있다는 것뿐이다.
물로 만들어진 경사면이라 좋은 점은 아무리 넘어지고 자빠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에 거꾸로 처박혀도 짠물만 좀 먹을 뿐 물리적인 타격은 거의 없다. 물론 물속에 바위가 있다거나 다른 장애물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파도타기의 또 다른 경이로운 점은 그 경사면이 계속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움직이는 이 물로 된 언덕은 처음엔 적응하기 무척 어렵지만, 일단 빠져들어 원리를 깨닫고 즐기다 보면 굉장한 놀이 기구로 변신한다.
파도의 원리라는 게 거창한 건 아니다. 파도가 다가오고 그 힘이 나를 밀어준다. 파도의 힘과 부력으로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파도의 편차가 커지면 그만큼 내려오는 힘이 강해진다. 달 위의 우주비행사처럼 무중력 상태로 붕 떠올랐다가 내려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파도타기란 올라갔을 때의 가장 높은 점에서 내려왔을 때의 가장 낮은 점으로 이어진 경사면을 중력의 힘으로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물로 만들어진 움직이는 언덕은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아름답다. 그 경이로운 자연의 움직임은 마치 우아하고 거대한, 살아있는 백악기의 동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