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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34979630
· 쪽수 : 88쪽
책 소개
목차
겁쟁이 쫄쫄이, 고도민
마법의 꿀
도봉아, 칠곡 가자!
꿀벌의 한 방
무시무시한 말봉이
꿀벌에게 사과해
책속에서
보퉁이는 생각보다 쉽게 풀어졌어요. 보퉁이 속에서 나온 것은 배불뚝이 병이었어요. 병속에는 노르스름한 꿀이 가득 담겨 있었어요. 작년 가을에 시골 할머니 집에서 가져온 것도 비슷한 꿀 병인데 베란다에 그대로 있었어요.
‘귀하긴 무슨…….’
큰 기대를 안 했지만 역시 시시했어요.
시골 할머니 집에는 꿀벌들이 참 많아요. ‘칠곡’이라는 곳인데 온 동네 사람들이 꿀벌을 길렀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 꿀벌들을 길러 아빠와 고모들을 키웠대요.
나는 풀어헤쳐진 보자기 자락을 끌어올려 다시 꿀 병을 덮어 두려 했어요.
그때였어요. 보퉁이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났어요.
“답답해, 답답해!”
나는 잘못 들었나 하고 손가락을 귀에 꽂고 돌렸어요.
“답답해. 나 좀 꺼내 줘!”
어찌나 세게 돌렸던지 귀에서 윙 소리가 났어요. 마치 꿀벌이 날아다니며 내는 소리처럼요.
“제발 부탁이야. 나 좀 꺼내 줘.”
시봉이가 입에 힘을 주며 작은 소리로 했어요.
“어떻게 너 혼자 두고 도망쳐. 같이 싸울 거야.”
나는 진심으로 말했어요. 시봉이를 두고 혼자 도망치기는 싫었어요.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힘을 합치는 것이 나으니까요.
“나도 말봉이와 맞서 싸울 수는 없어. 어떻게든 피하고 도망쳐야 해. 네가 있으면 마음껏 도망치지도 못하니까 네가 먼저 도망쳐.”
시봉이가 어깨로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어요.
“나는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도 몰라. 더군다나 이렇게 산속이고 곧 어두워질 텐데.”
나는 겁이 나서 울음이 나오려고 했어요. 엄살이 아니었어요.
“너, 할아버지 할머니 냄새 기억해?”
시봉이가 물었어요.
“좀 시큼하고 달짝지근하기도 하고 또 땅콩 냄새 같기도 하고…….”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말했어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할아버지 할머니 냄새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