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4992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24-03-15
책 소개
목차
▭
승강기
유니폼
유원지
커피는 검다
웃긴 게 뭔지 아세요
기호와 기후
삼다수
불성실
내가 그리지 않은 산수화
선생
연습생
나는 내일까지
없는 게 없는
소모품
휴양지
나눠 먹기 좋은
다회용
박물과 나
부활 금지
사월이 좋아
무인 카페
코끼리 코에 달린 코끼리
계속
레디믹스트콘크리트
딴짓을 하자
놓고 온 기분
소재지
아직 여기
수원지
홈
사거리
많은 나의 거북이
비생산
보얀 크르키치의 잠재력
머지않은 돌
소화
잘하는 집
사냥용 별장
너무 많은 나무
저수지의 목록
대못
나는 내일부터
무림의 은둔 고수 나 김정배
지난 주말
직물과 작물
처음 먹는 옛날 빙수
밀레니엄 베이비
나의 소책자 속 영혼
재건축
해설|최다영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손 앞에 종이 상자가 있다 어제는 종이 상자가 필요했는데 종이 상자는 이만원 이상 무료 배송이었다 어제 종이 상자를 주문했는데 종이 상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손 앞에 종이 상자가 있다
―「▭」 전문
나는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이 자연스럽다 자연을 입은 듯 익숙하다 나는 풍경처럼 흔들린다 짝다리 짚으며 어서 오세요 한다 풍경화처럼 보기 편한 그림이다
아주 자연스러운 옷이다 이 옷은 겨울옷도 되고 여름옷도 된다 계절은 순환되고 유니폼은 반복된다 매일 입는 이것은 이제 나 같다 유니폼 바깥의 나는 나 같지 않다
나는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이 내게 어울린다 나는 겨울에도 있고 여름에도 있다 유니폼 안에서 자유롭다 울타리 안에서 양을 모는 목양견 같은 그림이다
―「유니폼」 부분
다섯평 풀 옵션 원룸엔 스위치가 별로 없다 옆집 사람은 작은 소음에도 벽을 두드렸다 고장난 기계를 두드리듯 신경질적으로 두드린다고 기계가 고쳐지는 것은 아닌데
두드릴수록 벽은
벽이 되지
다른 게 되지는 않는다
피아노는 바로 오지 않는다 크고 정교한 기계는 그렇다 스위치 비슷한 게 많이 달려 있지만 스위치는 없다 그는 피아노를 다룰 줄 모른다 그래서 중고 피아노를 샀고
그는 자신을 다룰 줄 알았다 가슴을 두드리며 사장의 말을 떠올렸다 그렇게 쉽게 고장나지는 않아요 중고 피아노는 그래야 했다 누군가 이미 쓴 것이지만
누군지 알 수 없다 비가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의 옆집 사람처럼 그는 계속 두드린다 그가 아직 그에게 오고 있다 그 전에도 누군가 살았던 그의 집으로 그의 벽을 두드리고
두드릴수록
고장난 기계는
더
고장난 기계가
될 뿐인데
―「기호와 기후」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