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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70526414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5-08-28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70526414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5-08-28
책 소개
탄소 배출권 등 환경 거래 시스템의 현상을 파헤치며 소설적 재미와 불편한 현실을 예리하게 결합하며 대중과 언론의 극찬을 받은 SF 블랙 코미디 『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동물 보호조차 시장 논리에 따르는 세계 속,
한 직장인의 운명이 못생기고 성격 더러운 물고기 하나에 달려 있다!
탄소 배출권 등 환경 거래 시스템의 현상을 파헤치며 소설적 재미와 불편한 현실을 예리하게 결합하며 대중과 언론의 극찬을 받은 SF 블랙 코미디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생물을 멸종시키면 ‘멸종 크레딧’을 제출해야 하는 근미래, 주인공 마크 핼야드는 크레딧 가격이 떨어질 거라 믿고 회사 돈으로 공매도를 감행하지만, 예측이 틀리며 약 80만 유로(13억 원)를 물어내야 할 위기에 놓인다. 유일한 활로는 단 하나, 그가 담당한 사업으로 멸종한 ‘독쑤기미’라는 물고기가 아직 살아 있음을 입증해 멸종 크레딧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 그는 물고기에게 죽고 싶다는 기괴한 욕망을 품은 과학자 카린 르생과 환경적 아수라장이 된 북유럽 속에서 독쑤기미를 찾아 헤맨다. ‘홀로세 대멸종’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기반한 환경 보호 정책을 뼈아프게 비판하며 “탄소 배출 사업을 완전히 해체한다(와이어드 매거진)”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최고의 SF 문학상인 아서 C. 클라크 상을 수상했고 현재 TV 드라마화가 진행 중이다. 작가 네드 보먼은 부커 상을 비롯한 여러 유수의 상에 후보로 지목되었고, 서머싯 몸 상 등을 수상하고 2013년 당해 최연소로 ‘최고의 영국 작가’로 선정되는 등 평단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네드 보먼의 이 소설에는 일종의 유토피아적 미래가 담겨 있지만, 알아차리기 힘들다. 인류가 재판을 받는다는 설정인데, 이 재판의 검사는 임상적으로 정확하면서도 정신없이 웃기다.”―《뉴욕 타임스》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게 확실하다면 해당 자산을 공매도할 수 있다. 공매도는 자산을 빌려서 빌린 것을 팔고,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구입해서 빌렸던 사람에게 돌려주며 그 차액을 챙기는 것이다.
(중략)
핼야드는 자신이 멸종 크레딧 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도박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도박과 공매도의 위험은 잘 알려져 있었다. 잘 풀릴 때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다. 크레딧의 가격이 0 이하로 떨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안 좋게 풀릴 때 잃을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없다. 크레딧의 가격이 영원히 계속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어두운 동화에나 나올 법한 마녀 같은 어이없는 도박이었다. 상승은 유한하고, 하강은 무한하다. 손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불운한 공매도 투자자는 눈뜬 채 꿈을 꾸는 기분일 것이다. 이는 크레딧 가격이 급등한 이후 지난 몇 주 동안 핼야드에게 일어난 일과 매우 비슷했다. 핼야드는 자신이 전에 있던 어떤 사람보다 무한한 하강이라는 기괴한 차원에 깊이 빠져든 느낌이었고, 잘못된 도박이 급기야 숫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실 그 자체를 녹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핼야드가 어쩌다 이처럼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럴싸한 설명 같았다. 그저 잘 먹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다.
공매도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이 바뀌는 즉시 빠져나오는 것이다. 손실을 줄여라. 부디 처음에 매수했다고 해서 끝까지 매달리지 말라._본문 중에서
탄소 배출권은 정말로 탄소 배출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을까?
그렇다면, 멸종권을 거래한다면 동식물의 멸종은 중단될까?
소설의 핵심 설정인 ‘멸종 크레딧’은 하나의 생물종을 멸종시키기 위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허가증 같은 것으로, 국가와 기업은 할당된 수량 안에서 멸종을 실행하거나 보존 활동을 통해 추가 크레딧을 확보할 수 있다. 남은 크레딧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된다. 이 제도는 ‘보이지 않는 손’이 생태계를 통제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반해 만들어졌지만, 작중 결과는 참담하다. 멸종 크레딧의 가격은 하락 일로를 걷고 멸종은 ‘통제 가능한 경제 행위’가 된다. 이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거두지 못한 오늘날의 현실과도 정확히 겹쳐진다. 동물의 개체 수가 0이 되어도 관련 자료가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다면 ‘멸종된 것이 아니라고 간주’하자고 주장하는 로비스트 등의 모습은 극심한 환경 위기 속에서도 경제 발전을 멈추지 않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동물은 사막여우나 앵무새 같은 소수의 인기종이지만, 지구 생물종의 대부분은 ‘무시당해도 되는 곤충’이거나 존재감 없는 변종들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더 큰 걱정거리’에 의해 생물종의 가치가 철저히 무시당하는 현실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물론 치우치우가 종말의 종말이 될 수 있다면 몹시 기쁜 일이었겠지만, 일부 급진적인 친환경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인류가 대규모로 자살이라도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 사실을 중국 정부도 이해하게 되었다. 인류의 성장과 번영을 위해서는, 아니 80억 인구가 매일 아침 계속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서라도, 매년 최소한의 종들이 멸종될 수밖에 없었다. (중략) 그런 사실을 일단 받아들이고 나자 중국 정부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빠른 반응을 보이는 자유 시장적 해결책이 가장 공정하며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점 역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멸종 크레딧’이 생겼다._본문 중에서
그렇다. 우리는 매년 수만 종의 생물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귀여운 사막여우와 화려한 마코앵무새가 등장하는 멸종 관련 뉴스 보도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사실은, 지구상의 수백만 종의 생물 중 척추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8만 종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멸종위기종을 무작위로 고른다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아끼는 물새나 곰, 혹은 어렴풋이라도 들어 봤을 개구리나 장어가 선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뭔가 완전히 보잘것없는 종이 선택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중략) 예를 들어 이론적으로 따지면 모든 생물종은 생태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므로 어떤 종을 제거하면 예측할 수 없는 연쇄 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제거된 곤충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다른 수십 종의 곤충이 그 자리를 기꺼이 채울 것이다. 기본적으로 곤충들이 서로의 엇비슷한 변종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수백만 종이나 있겠는가? 사실 생물다양성은 대부분 중복되었다. 아무튼, 공기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질 때, 비가 미세 플라스틱과 내분비 교란 물질로 범벅이 되는 때, 지구 전체가 화를 내고 진저리를 치는 때가 오면, 어느 진딧물이 사라진 결과 그 진딧물이 살던 아열대 분지의 먹이 사슬이 어떻게 교란될지 같은 문제는 신경 쓰기 어렵다. 진딧물 100종이 사라져서 아열대 분지 100개의 먹이 사슬이 어떻게 교란될지에 대한 문제여도 마찬가지다. 생태계에는 더 커다란 걱정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_본문 중에서
현실의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미래를 독특한 방식으로 예측해 내다!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는 “작품 속 미래에 대한 예측이야말로 작품에 특별한 재미를 더한다(토론토 스타)”는 평처럼 자본주의의 구조 아래에서 펼쳐질 수 있는 다양한 미래상을 섬세하면서도 기괴하게 제시한다. 예컨대 ‘세계를 구하기 위한 경쟁’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라고 묘사되지만, 이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추가 멸종을 막기 위해 설립된 ‘세계멸종위원회’는 거대 기업의 로비에 무력화되어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한다. 그 결과 멸종 크레딧은 ‘넘쳐흐르고 저렴해 민주적인 수준’이라고까지 풍자된다. 크레딧 가격이 폭락하자, 환경 보호에 앞장서던 기업들조차 비용 절감을 위해 유독 폐기물을 보호 구역 내에 버리기 시작한다. 환경운동가들은 ‘마지막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판다’ 치우치우의 복제 살점을 무기로 테러를 벌이고, 식 재료의 맛 자체가 사라진 시대에는 ‘음식의 맛에 둔감하게 하는 알약’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한편 목축업은 안면 인식 장비를 통해 소를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재편되었지만, 안면인식을 무력화시키는 진균 감염병 ‘캡차(Kapcha)’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붕괴된다. 블랙 코미디다운 유머 감각과 자본주의에 대한 정밀한 분석, 그리고 근미래 SF의 예지력이 완벽히 결합된 이 작품은, 독자에게 인류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흐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이것은 로비스트들에게 저녁 식사 후 떠들어 대고 자서전에 적어 넣을 만한 장대한 프로젝트였으며 무용담이자 건국 신화였다. 콜만 트레보그 남과 그 동료들은 온갖 승인 조항과 면죄부, 예외 사항, 지연책으로 세계멸종위원회의 체계에 구멍을 숭숭 뚫어 위원회가 원래 의도했던 바를 실현하지 못하게 막는 쾌거를 이루었다. 멸종 크레딧은 넘쳐흐르고 저렴했다. 거의 민주적이라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중략) 그리고 세계멸종위원회에 가입된 197개국 대다수가 법률에 위원회 체계를 포함시킨 바람에 현재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20세기 중반 자연보호 관련 법률이 처음 제정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걸림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멸종위기종을 쓸어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치우치우가 남긴 유산이었다. _본문 중에서
세상은 화재와 홍수, 전염병, 폭동, 전쟁, 그리고 더 중대한 일들로 다른 많은 것들을 잃었다. 핼야드도 그것들이 객관적으로는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핼야드가 판다나 빙하, 자카르타를 먹을 수는 없었으니까. 갈망이 고통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절대적으로 옳았다. ‘맛있는 초밥 한 조각을 위해서라면 뭐든 지불할 수 있어.’ 핼야드는 혼잣말을 하곤 했다. _본문 중에서
한 직장인의 운명이 못생기고 성격 더러운 물고기 하나에 달려 있다!
탄소 배출권 등 환경 거래 시스템의 현상을 파헤치며 소설적 재미와 불편한 현실을 예리하게 결합하며 대중과 언론의 극찬을 받은 SF 블랙 코미디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생물을 멸종시키면 ‘멸종 크레딧’을 제출해야 하는 근미래, 주인공 마크 핼야드는 크레딧 가격이 떨어질 거라 믿고 회사 돈으로 공매도를 감행하지만, 예측이 틀리며 약 80만 유로(13억 원)를 물어내야 할 위기에 놓인다. 유일한 활로는 단 하나, 그가 담당한 사업으로 멸종한 ‘독쑤기미’라는 물고기가 아직 살아 있음을 입증해 멸종 크레딧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 그는 물고기에게 죽고 싶다는 기괴한 욕망을 품은 과학자 카린 르생과 환경적 아수라장이 된 북유럽 속에서 독쑤기미를 찾아 헤맨다. ‘홀로세 대멸종’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기반한 환경 보호 정책을 뼈아프게 비판하며 “탄소 배출 사업을 완전히 해체한다(와이어드 매거진)”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최고의 SF 문학상인 아서 C. 클라크 상을 수상했고 현재 TV 드라마화가 진행 중이다. 작가 네드 보먼은 부커 상을 비롯한 여러 유수의 상에 후보로 지목되었고, 서머싯 몸 상 등을 수상하고 2013년 당해 최연소로 ‘최고의 영국 작가’로 선정되는 등 평단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네드 보먼의 이 소설에는 일종의 유토피아적 미래가 담겨 있지만, 알아차리기 힘들다. 인류가 재판을 받는다는 설정인데, 이 재판의 검사는 임상적으로 정확하면서도 정신없이 웃기다.”―《뉴욕 타임스》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게 확실하다면 해당 자산을 공매도할 수 있다. 공매도는 자산을 빌려서 빌린 것을 팔고,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구입해서 빌렸던 사람에게 돌려주며 그 차액을 챙기는 것이다.
(중략)
핼야드는 자신이 멸종 크레딧 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도박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도박과 공매도의 위험은 잘 알려져 있었다. 잘 풀릴 때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한계가 있다. 크레딧의 가격이 0 이하로 떨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안 좋게 풀릴 때 잃을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없다. 크레딧의 가격이 영원히 계속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어두운 동화에나 나올 법한 마녀 같은 어이없는 도박이었다. 상승은 유한하고, 하강은 무한하다. 손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불운한 공매도 투자자는 눈뜬 채 꿈을 꾸는 기분일 것이다. 이는 크레딧 가격이 급등한 이후 지난 몇 주 동안 핼야드에게 일어난 일과 매우 비슷했다. 핼야드는 자신이 전에 있던 어떤 사람보다 무한한 하강이라는 기괴한 차원에 깊이 빠져든 느낌이었고, 잘못된 도박이 급기야 숫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실 그 자체를 녹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핼야드가 어쩌다 이처럼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럴싸한 설명 같았다. 그저 잘 먹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다.
공매도를 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이 바뀌는 즉시 빠져나오는 것이다. 손실을 줄여라. 부디 처음에 매수했다고 해서 끝까지 매달리지 말라._본문 중에서
탄소 배출권은 정말로 탄소 배출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을까?
그렇다면, 멸종권을 거래한다면 동식물의 멸종은 중단될까?
소설의 핵심 설정인 ‘멸종 크레딧’은 하나의 생물종을 멸종시키기 위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허가증 같은 것으로, 국가와 기업은 할당된 수량 안에서 멸종을 실행하거나 보존 활동을 통해 추가 크레딧을 확보할 수 있다. 남은 크레딧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된다. 이 제도는 ‘보이지 않는 손’이 생태계를 통제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반해 만들어졌지만, 작중 결과는 참담하다. 멸종 크레딧의 가격은 하락 일로를 걷고 멸종은 ‘통제 가능한 경제 행위’가 된다. 이는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거두지 못한 오늘날의 현실과도 정확히 겹쳐진다. 동물의 개체 수가 0이 되어도 관련 자료가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다면 ‘멸종된 것이 아니라고 간주’하자고 주장하는 로비스트 등의 모습은 극심한 환경 위기 속에서도 경제 발전을 멈추지 않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동물은 사막여우나 앵무새 같은 소수의 인기종이지만, 지구 생물종의 대부분은 ‘무시당해도 되는 곤충’이거나 존재감 없는 변종들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더 큰 걱정거리’에 의해 생물종의 가치가 철저히 무시당하는 현실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물론 치우치우가 종말의 종말이 될 수 있다면 몹시 기쁜 일이었겠지만, 일부 급진적인 친환경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인류가 대규모로 자살이라도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 사실을 중국 정부도 이해하게 되었다. 인류의 성장과 번영을 위해서는, 아니 80억 인구가 매일 아침 계속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서라도, 매년 최소한의 종들이 멸종될 수밖에 없었다. (중략) 그런 사실을 일단 받아들이고 나자 중국 정부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빠른 반응을 보이는 자유 시장적 해결책이 가장 공정하며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점 역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멸종 크레딧’이 생겼다._본문 중에서
그렇다. 우리는 매년 수만 종의 생물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귀여운 사막여우와 화려한 마코앵무새가 등장하는 멸종 관련 뉴스 보도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사실은, 지구상의 수백만 종의 생물 중 척추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8만 종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멸종위기종을 무작위로 고른다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아끼는 물새나 곰, 혹은 어렴풋이라도 들어 봤을 개구리나 장어가 선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뭔가 완전히 보잘것없는 종이 선택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중략) 예를 들어 이론적으로 따지면 모든 생물종은 생태계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므로 어떤 종을 제거하면 예측할 수 없는 연쇄 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제거된 곤충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다른 수십 종의 곤충이 그 자리를 기꺼이 채울 것이다. 기본적으로 곤충들이 서로의 엇비슷한 변종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수백만 종이나 있겠는가? 사실 생물다양성은 대부분 중복되었다. 아무튼, 공기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질 때, 비가 미세 플라스틱과 내분비 교란 물질로 범벅이 되는 때, 지구 전체가 화를 내고 진저리를 치는 때가 오면, 어느 진딧물이 사라진 결과 그 진딧물이 살던 아열대 분지의 먹이 사슬이 어떻게 교란될지 같은 문제는 신경 쓰기 어렵다. 진딧물 100종이 사라져서 아열대 분지 100개의 먹이 사슬이 어떻게 교란될지에 대한 문제여도 마찬가지다. 생태계에는 더 커다란 걱정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_본문 중에서
현실의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미래를 독특한 방식으로 예측해 내다!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는 “작품 속 미래에 대한 예측이야말로 작품에 특별한 재미를 더한다(토론토 스타)”는 평처럼 자본주의의 구조 아래에서 펼쳐질 수 있는 다양한 미래상을 섬세하면서도 기괴하게 제시한다. 예컨대 ‘세계를 구하기 위한 경쟁’은 가장 치열한 경쟁이라고 묘사되지만, 이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추가 멸종을 막기 위해 설립된 ‘세계멸종위원회’는 거대 기업의 로비에 무력화되어 무능한 조직으로 전락한다. 그 결과 멸종 크레딧은 ‘넘쳐흐르고 저렴해 민주적인 수준’이라고까지 풍자된다. 크레딧 가격이 폭락하자, 환경 보호에 앞장서던 기업들조차 비용 절감을 위해 유독 폐기물을 보호 구역 내에 버리기 시작한다. 환경운동가들은 ‘마지막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판다’ 치우치우의 복제 살점을 무기로 테러를 벌이고, 식 재료의 맛 자체가 사라진 시대에는 ‘음식의 맛에 둔감하게 하는 알약’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한편 목축업은 안면 인식 장비를 통해 소를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재편되었지만, 안면인식을 무력화시키는 진균 감염병 ‘캡차(Kapcha)’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붕괴된다. 블랙 코미디다운 유머 감각과 자본주의에 대한 정밀한 분석, 그리고 근미래 SF의 예지력이 완벽히 결합된 이 작품은, 독자에게 인류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흐름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이것은 로비스트들에게 저녁 식사 후 떠들어 대고 자서전에 적어 넣을 만한 장대한 프로젝트였으며 무용담이자 건국 신화였다. 콜만 트레보그 남과 그 동료들은 온갖 승인 조항과 면죄부, 예외 사항, 지연책으로 세계멸종위원회의 체계에 구멍을 숭숭 뚫어 위원회가 원래 의도했던 바를 실현하지 못하게 막는 쾌거를 이루었다. 멸종 크레딧은 넘쳐흐르고 저렴했다. 거의 민주적이라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중략) 그리고 세계멸종위원회에 가입된 197개국 대다수가 법률에 위원회 체계를 포함시킨 바람에 현재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20세기 중반 자연보호 관련 법률이 처음 제정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걸림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멸종위기종을 쓸어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치우치우가 남긴 유산이었다. _본문 중에서
세상은 화재와 홍수, 전염병, 폭동, 전쟁, 그리고 더 중대한 일들로 다른 많은 것들을 잃었다. 핼야드도 그것들이 객관적으로는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핼야드가 판다나 빙하, 자카르타를 먹을 수는 없었으니까. 갈망이 고통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절대적으로 옳았다. ‘맛있는 초밥 한 조각을 위해서라면 뭐든 지불할 수 있어.’ 핼야드는 혼잣말을 하곤 했다. _본문 중에서
목차
1장 —11
2장 —26
3장 —56
4장 —71
5장 —100
6장 —113
7장 —139
8장 —156
9장 —177
10장 —194
11장 —209
12장 —221
13장 —237
14장 —269
15장 —299
16장 —349
에필로그 하나 —391
에필로그 둘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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