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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93190432
· 쪽수 : 524쪽
· 출판일 : 2025-09-09
책 소개
목차
제(祭)
1장. 황(黃)
2장. 청(靑)
3장. 백(白)
4장. 적(赤)
5장. 흑(黑)
6장. 칠흑(漆黑)
해설. 한국과 미국, 죽음과 삶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민자
부록
대담. 문학의 쓸모
에세이. 우리의 이웃
사이드 뷰. 집단 사이에 공감의 반경이 아예 없는 그곳이라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한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여러 병 꺼내 비커에다 따르고는 스포이트를 반복해서 씻어 냈다.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한은 민경의 와인 잔에다 스포이트를 가져다 대고는 물을 한 방울씩 아주 천천히 떨어뜨렸다.
“겉보기에 큰 변화는 없어 보이겠지. 색도 없는 데다, 냄새도 나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하나가 전부를 바꿔.”
물에 와인을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과는 다른 광경이었다. 그것이 물이라는 거대한 집단에 와인이 침입하여 정복하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그 반대는 와인이 피라냐 떼처럼 물방울을 뜯어 삼키는 듯했다.
민경은 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좀 전까지의 자신을 버리기로 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그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고,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되뇌었다.
반면, 한은 풀린 눈으로 한곳을 응시했다. 벽면에 매달려 있던 십자가였다. 십자가는 다소 특이한 모양새였다. 십자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분열하는 세포처럼 수십 개의 작은 십자가들이 한데 모여 십자가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의 의식이 흐려질수록 만화경을 보는 것처럼 십자가들이 각자 여러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한이 누군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준…….”
그것은 민경이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