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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37889479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7-02-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가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셨으면 아빠가 얘기도 하지 않으셨을 거야.”
핀은 에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아빠는 내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오염된 땅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하셨어. 그러니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저…….”
그 순간 핀이 들고 있던 책에서 작고 해진 빨간색 공책 한 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봐도 뭐가 뭔지 모를 물건을 찾으려고 우리가 몇 주째 이 짓을 하고 있다는 걸 빼면 말이야.”
“곧 찾아낼 거야, 핀.”
“아니라고 말한 건 아니야.”
핀은 그렇게 대답하며 바닥에 떨어진 공책을 주웠다. 공책 안에는 ‘NB’라는 머리글자가 쓰여 있었고, 몇 장을 넘겨 보니 손으로 그린 수학 기호와 도표, 도형들이 나왔다. 글자는 너무 작아서 잉크병에 빠진 거미가 종이 위를 기어가는 듯한 모양새였다. NB? 검은 혀 니얼(Niall Blacktongue, 우리말로 ‘검은 혀 니얼’이다. : 역자 주)인가?
이 공책의 주인이, 설마?
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크리스털 하나 없이 오염된 땅에 고립된 상황이라면, 엄청나게 많은 문제에 휩싸인 셈이었다. 핀이 이 많은 문제들을 고민하는 데 푹 빠지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팔이 순간순간 저릿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크리스털을 사용하고 남은 후유증인 것 같았다.
에미가 말했다.
“너 괜찮아? 통로가 열렸을 때 동굴 맞은편으로 휙 날아갔잖아.”
핀은 팔 저림이 사라지도록 팔을 흔든 다음에 다시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이 동굴은 우리가 있었던 약속된 세계의 동굴이랑 쌍둥이 같아. 마치 두 세계가 바로 이곳에서 둘로 갈라진 것처럼.”
핀의 말에 에미가 대답했다.
“완벽히 똑같은 건 아니야. 저 끈적거리는 액체랑 끔찍한 냄새 좀 봐. 그리고 우리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동굴에 있는 건 그냥 우연일 수도 있어.”
핀은 생명체의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개처럼 생긴 생명체는 보였지만, 두 번째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핀이 물었다.
“다른 하나는 어디 있는 거야?”
두 번째 목소리가 말했다.
“넌 우리 둘 다 보고 있어. 그저 날 못 보는 것뿐이지.”
에미가 핀 옆으로 와서 물었다.
“넌 투명 레전드야?”
두 번째 목소리가 긴장한 듯 말했다.
“아니, 난 투명하지 않아. 난 바위 아래 깔려 있어. 이봐, 이 기나긴 토론은 날 구해 준 다음에 하면 어떨까?”
핀이 물었다.
“우리가 널 어떻게 믿지?”
두 번째 목소리가 바위에 깔린 채 말했다.
“인간.”
에스트라본이 중얼거렸다.
“계속 같은 말만 하는군. 저 녀석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누군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가?”
“너희를 그 남자에게 데려다주겠다. 너희를 인간에게 데려다주겠다.”
두 번째 목소리가 명확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