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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론/비평/역사
· ISBN : 9788940806449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3-04-2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머리말
서론
Ⅰ. 건물, 기념비 그리고 광장 사이의 관계
Ⅱ. 광장 중앙 비우기
Ⅲ. 닫힌 공간으로서 광장
Ⅳ. 광장의 규모와 형태
Ⅴ. 옛 광장의 불규칙성
Ⅵ. 군집한 광장
Ⅶ. 북부 유럽의 광장구성
Ⅷ. 현시대 도시설계에서 모티브의 빈곤과 무미건조함
Ⅸ. 현시대의 체계
Ⅹ. 현시대 도시설계에서 예술의 한계
ⅩⅠ. 현시대의 개선된 체계
ⅩⅠⅠ. 예술적 원칙에 따른 도시정비 사례
결론
부록: 대도시 녹지화
옮긴이 후기
그림 목록
도시 색인
책속에서
그렇다! 살면서 우리는 싫증 날 리 없는 이 아름다운 장소들로 돌아가기를 바라곤 한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간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견뎌내고, 다시금 강인해지면서 삶의 지루한 투쟁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의 해안이나 이탈리아의 하늘 아래 살아가는 남방 민족들, 그들 특유의 천성적인 쾌활함이 애초 자연의 선물이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아름다운 자연에 따라 지어진 옛 도시들은 자연이 그러하듯 부드러우나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해서 사람들의 정서에 영향을 주었다. 고대 도시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절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외부환경이 인간 정서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을 선명하게 암시하는 것이 폼페이(Pompeii)의 폐허이다. 하루의 저녁 시간, 고된 일과를 마치고 노천의 포룸(forum)을 가로질러 귀가하던 길에 제우스신전 계단에 멈춰 선 한 사람은 그토록 조화롭고 장엄한 눈앞의 광경이 마치 흠잡을 데 없고 순수하게 울리는 감미로운 음악처럼 자신을 향해 밀려드는 듯한 느낌에 휩싸일 것이다. 바로 이런 순간에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언급한 도시설계의 원칙들, 곧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만들기’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원칙들의 진가를 불현듯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이 원칙들을 실현하려면 도시설계가 그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장 근본적이고 고아한 의미에서 예술적 문제로 자리해야 한다. 예술을 존중하던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에는 이런 생각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도시의 확장과 도시화를 고작 기술적 문제로 취급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수리(數理)의 세기에 이르러 나타난 현상이다. 현재의 도시설계는 한쪽 방면을 해결하는 데 치우쳐 있다. 그러나 다른 방면인 예술과의 연관성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점을 되새겨야만 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도시설계는 문제의 한 측면만을 해결할 뿐이며 다른 한 측면, 곧 예술적 측면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해야 하겠다. - 서론
이 모든 장면은 기억 속에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지만, 공동체의 삶이 광장과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증명한다. 그러나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명작과 같은 한층 높은 예술적 성취나 발전을 추구하지는 못했다. 다만 피사(Pisa)의 대성당광장만큼은 도시설계 분야의 뛰어난 작품으로서 ‘피사의 아크로폴리스’로 부를 만하다. 여기엔 웅장한 성당, 종탑, 세례당,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는 묘지들을 비롯하여 시민들이 위대하고 풍요로우며 기념비적으로 빚어낸 작품 등 모든 것이 자리한다. 세속에 반하여 세상과 분리되었으나 인간 정신의 가장 고귀한 작업에 헌정된 이곳 광장이 자아내는 인상은 압도적이다. 예술적으로 그다지 섬세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강렬한 인상의 불가항력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곳에 우리의 생각을 흐트러뜨리거나 분주한 일상에 얽매이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요란스러운 재봉사의 최신식 의상실, 마부와 종업원의 외침이 뒤섞인 소란스러운 카페도 우리가 저 이름난 성당의 파사드를 바라보는 그 순간을 방해하지 못한다. 이곳엔 평화가 자리하며, (광장을 둘러싼 모든 요소가 이루어내는) 짜임새 있는 인상은 이 자리에 축적된 예술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상태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Ⅰ. 건물, 기념비 그리고 광장 사이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