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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88946062566
· 쪽수 : 472쪽
책 소개
목차
글을 시작하기 전에: 출처, 조사방법, 이름에 관해
프롤로그: 1982년 8월
1막 운명
1장 청와대 잔디밭에서 찍은 사진
2장 신 감독과 최 여사
3장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4장 백두산 위에 펼쳐진 쌍무지개
5장 김정일의 첫사랑들
6장 부전자전
7장 평양 영화 산업 내부 이야기
8장 3초간의 키스
9장 리펄스베이
2막 친애하는 지도자의 손님들
10장 은둔의 왕국
11장 기소된 자
12장 뮤지컬, 영화, 사상교육
13장 납치
14장 타인들
15장 밤나무골로부터의 탈출
16장 신상옥은 여기서 숨을 거두었다
17장 고문 자세
18장 39호실
19장 단식투쟁
20장 신상옥 감독이 오고 있다
인터미션: 인민배우 우인희
3막 김정일 프로덕션
21장 둘이 함께
22장 녹음기
23장 조명 그리고 카메라
24장 북한 밖으로
25장 유럽 영화 한 편처럼
26장 기자회견
27장 동상이몽
28장 꽉 찬 촬영 스케줄
29장 괴물
30장 비엔나
31장 부자세습
32장 성조기
에필로그: 2013
책속에서
사진사는 사람들에게 좀 더 바짝 붙으라고 손짓했다. 이윽고 플래시가 터졌다. 앞으로 대한민국 영화사를 바꿀 세 주인공의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겼다. 신상옥은 두 손을 뒤로 넘긴 채 건방진 미소를 지었다. 박정희는 다부진 아우라를 풍기며 자신의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지 않도록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리고 최은희는 오른쪽으로 몸을 살짝 돌려 남편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최은희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가져다 물며 신상옥에게도 한 개비를 내밀었다. 그러자 신상옥은 이렇게 대답했다. “담배는 안 피워요.” “왜죠?” “어머니가 담배를 피우셨기 때문에 저는 별로 피우고 싶지 않아요.” “그럼 제가 당신 앞에서 담배 피우는 게 싫진 않나요?” 최은희가 물었다. 신상옥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피워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최은희의 담배에 손수 불까지 붙여주었다.
최은희에게 잃어버린 삶과 꿈을 다시 가져다 준 것은 신상옥이었다. 그는 최은희에게 한국 영화를 되살리고 싶다는 꿈에 대해 줄곧 말하곤 했다. 최은희도 한때는 그와 같은 야망을 가졌던 적이 있었지만 이미 먼 옛날 얘기처럼 느껴졌다. 열일곱 살에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집을 뛰쳐나왔을 때 가슴에 품었던 그 야망 말이다. 폭력과 강간 그리고 치욕으로 물들기 전, 가슴에 고스란히 품었던 꿈들. 신상옥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최은희는 자연스럽게 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