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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교육비평
· ISBN : 9788950928759
· 쪽수 : 37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제1부 공동체를 파괴하는 교육
1장 한국 교육의 현주소
1. 1,000만 학생의 교육 전쟁
2. 역대 정권의 교육정책
제2부 세계의 교육을 찾아서
1장 핀란드
1. 경쟁은 내가 어제의 나하고 하는 것
2. 부모와 교사가 함께 가르친다
2장 미국
1. 일그러진 역사를 가르치다
2. 차별과 격리로 얼룩진 교육
3. 불평등을 방치하는 교육정책
4. 오바마의 교육개혁
5. 미국의 교육에서 배울 점들
3장 프랑스
1. 대혁명이 교육에 끼친 영향
2. 나폴레옹부터 현대까지의 교육개혁
3. 다양성, 합리성, 수월성을 존중하는 교육
4. 프랑스의 주체적 언어정책
5. 사르코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 시도
4장 독일
1. 독일의 교육이 걸어온 길
2. 독일 교육의 특성
3. 추악한 과거를 청산하는 역사 교육
5장 영국
1. ‘영국의 교육은 실패했다’
2. 영국 교육의 특성
6장 일본
1. 일본 교육의 뿌리
2. 일제의 패망과 교육의 변화
3. 일본 교육 실패론
제3부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교육
1장 교육의 민주화와 인간화를 위하여
1. 핀란드는 한국 교육개혁의 모범인가
2.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2장 함께 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
1. 덴마크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
2. 교육개혁은 한국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참고문헌
주석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1989년 4월 초순 캐나다에 가서 석탄광산의 노동자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밴쿠버에서 동북쪽으로 다섯 시간쯤 자동차로 달려가야 하는 깊은 산골의 탄광이었다. 먼 나라인 한국에서 온 언론인이라고 하니 광원들이 반갑게 맞이하면서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그들의 순박한 얼굴에는 행복이 넘쳐흘렀다. 그 원인은 이랬다.
그들이 일하는 작업장은 노천탄광이라서 우리나라의 ‘막장’처럼 사고가 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게 안전한 조건에서 일하는 그들이 받는 임금은 의사들에 못지않았다. 한 광원은 ‘해마다 한 달씩 정기 휴가를 받는다. 세계의 이름난 곳을 하도 많이 가봐서 이제는 휴가 때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 노동자들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구태여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보람 있게 일하고 응분의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가운데 하나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피라미드 형 대학 위계’의 맨 꼭대기에는 국립서울대학교가 있다. 서울대는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왔기에 기득권 세력의 핵심부에 요지부동으로 자리를 잡고 있을까?
미군은 8·15 해방 직후 한반도에 상륙해서 미 군정청을 세우고 38도선 이남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군정청은 1946년 8월 22일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약칭 국대안)을 공포했다.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의 후신인 경성대학의 3개 학부와 같은 시기에 생긴 9개 관립 전문학교를 통폐합해서 종합대학으로 개편한다는 것이었다. 통합의 대상이 된 전문학교 학생들과 교직원 다수가 국대안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학생 수용 능력이 줄어들고 교수가 부족하며 관선 이사회에 운영권을 주면 학원 자치와 학문의 자유가 침해당한다는 것이 주요한 반대 이유였다.
1947년 3월 개학을 하자마자 서울대 일부 단과대학에서 동맹휴학이 벌어졌다. ‘국대안 반대투쟁’이 노골적으로 일어났던 것이다. 반대파는 주로 좌익 계열이었고 찬성파는 우익이 중심이었다.
미 군정청의 대대적 탄압으로 국대안 반대투쟁은 약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교수 380여 명이 해직되고 학생 4,965명이 퇴학을 당했다. 그 이후 서울대는 ‘대한민국의 최고 대학’으로서 셀 수 없이 많은 정치인, 기업인, 학자, 문화예술인을 배출하면서 기득권 세력의 보루 구실을 해왔다.
서울대는 6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나라와 겨레의 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했을까? 물론 그런 공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서울대를 꼭짓점으로 삼고 ‘명문 사립대’와 지방의 국립대들이 그 아래에 서열을 짓고 있는 한국 사회의 대학 위계를 해체하지 않는다면 교육의 민주화와 인간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
평등을 지향하는 복지는 합리적인 제도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직업의 귀천’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없음을 덴마크가 잘 보여주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직업학교만 나와서 일찍 취업을 하면 대학에 다니는 기간만큼 소득을 먼저 올릴 수 있어 대학 졸업자와 경제력이 별로 차이가 없다고 한다.
직업에 따른 신분 차이가 덴마크에 전혀 없지는 않지만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덴마크 사회에서는 마을이나 직장에서 거의 모든 사람이 직함이 아니라 이름을 부른다. 동네사람들이 자주 어울리는 여가클럽에서는 벽돌공이나 사장이나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
덴마크 사람들의 생활 태도는 ‘함께 사는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