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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정치학 일반
· ISBN : 9791193166468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4-04-25
책 소개
목차
1장 들어가며
2장 보편주의와 부족주의
3장 정의와 권력
4장 진보와 파멸
5장 좌파란 무엇인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좌파는 워크가 아니다
주
리뷰
책속에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반동적 민족주의가 모든 대륙에서 발호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론을 바로잡는 일이라는 게 과연 가장 절박한 당면 과제일까?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에 대고 진정한 좌파의 입장이 아니라고 비판을 가하는 것은 사실 나르시시즘의 한 예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워크의 무리를 가르는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이는 단지 스타일이나 톤의 문제가 아니다. 좌파의 입장에 선다는 의미의 핵심을 건드리는 것들이다. 우파가 좀 더 위험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우파 쪽으로 휘청거리는 흐름에 우리가 맞서고자 할 때 꼭 필요한 것들을 오늘날 좌파가 스스로 빼앗아 없애버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3년 10월 7일의 하마스 학살에 대한 워크의 반응은 이론이 어떻게 하여 끔찍한 실천으로 이어지게 되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_1장 〈들어가며〉
비록 우리가 어떤 사람과 만나 제일 처음 눈에 띄는 것이 외모일 때가 많기는 하지만, 우리 모두가 가진 다양한 여러 정체성을 인종과 젠더라는 단 두 가지 요소로 축소하는 일은 모든 것을 외모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이 될 뿐이다. 인간의 경험에서 유독 이 두 차원에 초점을 두는 것은 곧 가장 큰 트라우마를 경험한 차원에 초점을 두자는 이야기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역사의 주체를 더는 영웅이 아니라 희생자에 둔다는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오늘날 정체성 정치라고 불리는 것은 이를 그대로 체현하고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참극을 치르는 가운데 전통적인 형태의 영웅주의의 가치를 드높이려는 충동은 사그라들었다. 역사의 희생자들에게로 초점을 옮기려는 충동이 나타났고, 그 시작은 정의로운 행동에 대한 갈구였다. 그간 역사는 승자들의 이야기였으며 희생자들의 목소리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는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짓이었다. 육신의 죽음을 당한 이들을 기억에서 한 번 더 죽이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입장을 뒤집어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서사로 넣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된 잘못을 바로잡는 행동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마땅히 주목을 받게 된다면, 우리의 공감과 동정만이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의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서도 응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노예들이 스스로 비망록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주체성을 향한 발걸음을 떼어놓은 것이었고, 존재에 대한 인정을 얻어냈다. 그리고 그러한 인정의 보상 또한 비록 느린 속도이긴 했지만 확실하게 얻어낼 수 있었다. (…) 그러나 우리가 희생자의 입장을 다시 써나가는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되기 시작했다.
_2장 〈보편주의와 부족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