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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0940195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2-10-0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다시 사막으로 · 4
남표 · 11
우연이었을까? · 18
사다카 · 29
제다 공항의 새벽바람 · 35
아이샤 꾸리 · 41
왕실의 여자들과 할례 · 47
물리치료를 배우러 유럽으로 떠나다 · 56
왕실의 두 할머니 · 62
성지순례 · 70
유목 일기 · 76
혼자 본 아시안컵 축구 결승전 · 86
3년 만의 휴가 · 91
사막의 버섯 · 98
걸프전 · 104
샤리파의 실수 · 114
사막을 떠나며 · 126
뜻밖의 제안 · 132
축음기 박물관에서 만난 사람들 · 143
자이툰 부대 · 149
오만으로 떠나다 · 153
라임스톤 해변 ‘만지’ · 157
보물은 파는 게 아니라 간직하는 거예요 · 162
아람코의 자베르 · 169
오만의 살랄라 주청사 설계 프로젝트 · 173
어느 날, 5급 장애인이 되다 · 177
퇴원, 다시 비행기를 탔지만…… · 184
터닝 포인트 · 189
에필로그 행복의 풍경 · 19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시절의 사막은 더러, 막막하게 버티고 있는 후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다른 사막을 느낀다. 같은 사막인데도 한때는 끝이 안 보이는 막막함이더니 지금은 목숨 이후의 시간을 기대고 싶은 평안이 되기도 한다는 건, 삶이란 다 살아내지 않고는 해독할 수 없는 암호를 곳곳에 숨겨 놓고 있다는 뜻일 테다. 마치 어딘가에 우물을 숨겨 놓고도 메마른 바람을 일으키는 사막처럼.
하지만 이젠 안다. 다 지나갔다고 해서 잃은 건 아니라는 것을. 결코 아무 의미도 없이 흘러간 시간이란 없다는 것을. 내 삶의 버뮤다 삼각지대에는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들이 침몰했고, 바닥에 닿은 그것들은 스스로의 부력으로 다시 떠올라 내 삶의 다른 에너지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인생이 숨겨 놓은 비밀이라는 것도 나는 알아챈다, 이제는.
드디어 비행기 문이 열리자, 치마 밑으로 훅? 하고 바람이 올라왔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만난 사우디의 첫 바람은 새벽 3시쯤인데도 후끈했다.……차는 어두운 밤길을 계속 달렸다. 나는 점점 더 무섭고 불안해서 가슴을 누르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영어로 물었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번엔 아랍어로 물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대답 대신 오히려 질문 같은 한 마디를 내게 던지곤 입을 다물었다. “모르고 왔나요?” 이상하게도 그의 이 한 마디는 쿵, 소리를 내며 내 가슴 밑바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