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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1025723
· 출판일 : 2008-08-22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수겸과 희은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손가락까지 꼼지락거리는 아들의 입을 주시했다. ‘사고 전문 주둥이’가 이번엔 무슨 말을 하려고 할까. 긴장하고 있었다.
“나, 남자도 좋아.”
울 것 같은 얼굴로 채서가 힘겹게 고백하자, 희은과 수겸의 표정이 그야말로 ‘경직’ 상태로 굳어졌다.
“엄마, 나 남자랑 뽀뽀했어. 내가 했어.”
채서가 눈물을 그렁거렸다.
“엄마, 나 미친 걸까?”
“어, 단단히 미쳤네.”
희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눈을 깜빡거리는 그녀는 이미 인내력이 바닥을 드러냈음을 붉어진 눈시울로 드러내고 있었다. 수겸은 아내의 반응에 조용히 일어나 주방에서 도망쳤다. 이대로 있다간 불똥이 자신에게 튈 것은 뻔한 일이었다.
“엄마, 나 왜 이러지?”
수겸은 모친에게 매달리는 심정으로 두 손을 모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제야 빨간불이 들어온 모양이다. 희은이 냉동고 문을 열고 북어를 꺼내 들자 채서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지금 그걸로 나 때리려고?”
“북어하고 남자를 왜 일주일에 한 번씩 패라는지, 모르지? 모르지?”
“어, 엄마! 나 그걸로 때리려고?”
“안 그러면 울화병이 생겨서 그러는 거야. 일루 와.”
“어, 어 엄마.”
채서가 손을 흔들며 뒷걸음질을 쳤다.
“이채서, 너 일루 와!”
“으악!”
“당신 뭐 하는 사람입니까!”
“커피?”
“누가 당신이 탄 커피나 마시겠다고 들어온 줄 아세요? 여자들하고 시시덕거리는 소리가 문밖까지 들렸다고요! 상무라는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럼 사장이라는 사람은 상무 이름도 모르는데 그건 괜찮다는 겁니까?”
“뭐요?”
채서는 등을 돌린 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면 저렇게 화를 내면서 불쾌해 죽겠다고 쏘아붙이진 못할 것이다.
“사장님……, 꽃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꽃?”
승현은 채서의 말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채서가 천천히 뒤돌았다. 그는 안경을 끼고 있었지만 12년 전 이목구비 그대로였다. 아니 남성미가 물씬 느껴질 정도로 든든하고 강해보였다. 승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심장이 철퍼덕 바닥에 내쳐지는 소리도 들었고 몸 안에서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지는 소리도 동시에 들을 수 있었다. 파르라니 떨리는 입술 위로 주룩, 눈물이 떨어졌다.
“채서…….”
승현이 책상에 놓인 명패를 보았다.
이채서 상무.
오스스 소름이 돋아 승현의 전신을 휘감았다.
“내가 왔다.”
채서가 12년 전처럼 손을 내밀었다. 승현은 미간을 찡그리며 그 손을 보고 있었다. 잡아야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다시 찾으러 왔어.”
채서가 급하게 걸어와 승현을 와락 안았다. 이렇게 안고 싶어서, 다시 만나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버틴 12년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승현을 안은 팔에는 힘이 바싹 들어갔다.
“승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