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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1025976
· 출판일 : 2008-10-13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유은찬 사랑해요?”
“혁주야.”
“나 선배가 이러는 거 처음 보거든요. 그냥 궁금해서 그래요. 남자끼리인데 뭐 어때요. 말 해 봐요. 네?”
혁주의 말에 잠시 망설이는 듯 보이던 재하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래.”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군더더기 없는 재하의 대답에 혁주의 입은 굳게 닫혔다. 돌아서는 혁주를 붙잡아 이번엔 재하가 물었다.
“나도 물어보자. 넌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해?”
“네?”
“왜 내가 은찬 씨에게 관심이 있는지 궁금했냐고.”
“……그거야…….”
말끝을 흐리는 혁주를 가만히 바라보던 재하가 그를 향해 한 번 더 되묻자 혁주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거야……, 친구니까요.”
“친구?”
“알잖아요. 걔랑 나 13년이나 지겹게 붙어 있던 거.”
특유의 웃음을 보이며 빠르게 병실로 향하는 혁주의 뒷모습이 불안해 보인다. 묘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던 재하도 재빠르게 병실로 발을 옮긴다. 코너를 돌자 막 병실 문을 열려고 하는 혁주가 보이고 급히 그를 불러 세우는 재하. 뭔가 말하고 싶은지 입을 달싹이던 재하가 그냥 혁주를 놓아준다. 병실로 들어가 버린 혁주와 그 자리에 박혀 버린 듯 멈춰 선 재하. 그리고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았던 그의 입에서 조그마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한혁주, 네가 관심 있는 건 아니고?” - 본문 중에서
“그러고 보면 우린 참 행운이야?”
“뭐?”
“이렇게 싱겁게 이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 더군다나 남편이 연예인인 경우에.”
“그런가…….”
혁주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아른거렸다. 맞잡은 그녀의 손을 다시 한 번 꽉 쥐어 보는 혁주. 이 손을 놓으면 이제 둘은 가족에서 남으로 되돌아간다. 이것이 남편 한혁주와 아내 유은찬으로서의 마지막 스킨십인 것이다. 은찬이 빙긋이 웃더니 손을 천천히 빼내었다. 이제 정말 서로에게 남이 되었다. 인사는 생략하자며 뒤돌아서는 은찬에게 자신도 그러마 하고 함께 돌아서는 혁주. 그렇게 마지막인 듯했는데 혁주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급하게 은찬을 불러 세웠다.
“……우리.”
“응?”
“우리 함께 지냈던 게 죽을 만큼 끔찍했던 건 아니었지?”
조금은 불안한 듯한 그의 물음에 은찬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말을 아끼던 은찬이 빙긋 웃으며 돌아서자 혁주도 다시 뒤돌아섰다. 봄이 올참인지 2월말의 오후는 제법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법원 앞은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은찬과 혁주는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서로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천천히……, 조금씩……, 남이 되어 가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