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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1028144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09-06-20
책 소개
목차
1부: 회상
Prologue
1장. 그해 여름 시작
2장. 그해 여름 끝
3장. 그해 가을 시작
4장. 그해 가을 끝
5장. 그해 겨울
6장. 그 이듬해 봄
Epilogue 1 석현
Epilogue 2 도희
2부: 현재
Prologue
1장. 시작
2장. 진행
3장. 복병
4장. 발전
5장. 전령사
6장. 발견
7장. 연인
8장. 음모
9장. 계기
10장. 혼약
11장. 동행
Epilogue 1
Epilogue 2
Epilogue 3
저자소개
책속에서
“조심해서 가요.”
“잘 자라.”
‘그냥 이렇게 또 보내는구나.’
서서히 닫히는 엘리베이터의 문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이 입 안에서 아우성을 쳤다.
이 여자는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말을 못 한다지만 자신은 아니지 않은가.
어떻게 행동하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추진시킬 수 있는 지 계산 잘 하는 정석현이, 앞뒤 가리는 것 다 버리고 이로운 점과 해가 되는 점 헤아리는 것 다 포기하고 심장이 시키는 대로 손을 뻗어 다급하게 열림 버튼을 눌렀다.
다시 열리는 엘리베이터의 문 너머에 놀라움으로 떠오르는 작은 여자의 얼굴.
순식간에 손을 잡아당긴 기세에 엘리베이터 밖으로 당겨진 도희의 몸이 고스란히 석현의 품으로 부딪혀 들어왔다. 잠시만 더. 정말 잠시만.
“도희야, 난 너 아니면 안 되게 생겼다.”
‘이 남자, 무슨 일이 있구나.’
물론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야 언어와 몸짓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절실한 눈빛으로 한 치의 군더더기 없이 원하는 바를 얘기하는 남자로 서 있는 석현에게선 헤어 나오기 쉽지 않았다. 미지로의 여정. 우연히도, 준비 없이도, 엉겁결에도 아닌, 온전히 도희 자신의 결정으로 시작하기를 요구하는 남자 앞에서 도희는 쓰고 있던 장난스러운 가면을 내리고 선택을 했다.
“나, 애쓰지 않아도 안심하는 마음 갖도록 만들 수 있어요?”
“내가 아무리 그러고 싶어도 그건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단, 네가 노력하고 싶어 미칠 정도로 만들 수는 있을까? 그건 내 몫이다.”
아마도 주책없이 밝은 불빛 때문이었겠지. 깊은 바다처럼 가라앉은 그의 눈빛 아래에서 너무 커서 주체할 수 없는 그의 진심이 뭉클거리며 수면으로 떠올랐다. 미동 없이 서 있는 자세로 얼마나 있었을까. 이렇게 고스란히 다 흡수한 감정의 반영을 저 남자도 보았겠지. 도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요.”
밀폐된 공간의 활용이라는 건 어느 장소건 제한이 있을 수 없다는 진리를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부터 확인했다. 맞물린 입술에서, 목덜미를 받친 석현의 손에 기대어 뒤로 젖힌 턱에서, 그리고 거의 들어 올리듯 강하게 허리를 감은 석현의 팔에서 끓어오르기만 하는 열기를 품고 두 사람은 또 다른 밀폐된 공간을 향해 엘리베이터에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