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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1595384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10-10-22
책 소개
목차
1권
프롤로그
1. 인연이 스칠 때
2. 만남이라는 예술
3. 드디어
4. 톱니가 돈다
5. 누구의 불꽃놀이?
6. 기억에 담길 향기
7. 고려의 대상
8. 열감(熱感)
9. 서막이 오르다
10. 예행연습
11. 운우지정(雲雨之情), 그다음
2권
12. 복병의 운명
13. 뭐라고?
14. 갈림길
15. 품에 안기다
16. 줄다리기 잘하는 법
17. 인연의 완성
에필로그1
에필로그2
<외전 - 경진과 마커스>
1. 지중해의 밤
2. 병원 냄새
3. 곰 사냥과 후유증
4. 아무 말 마라
5. 이들의 예행연습
저자소개
책속에서
“태운 설탕의 강한 당도 때문에 은은한 향은 당해내지 못하기가 일쑤인데. 생강과 망고의 조화라니, 역시 감탄할 만해요. 쉐프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월요일에 당장 나도 이 레시피 써 봐야지.”
“먹을 때는 항상 맛을 생각하나?”
“맛이란 게 생각하는 거던가요?”
“아니면?”
“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어디 있어요, 혀에 닿는 순간 그대로 느낌으로 달려오는 건데.”
넉넉하게 스미던 인욱의 웃음이 가늘어진 눈매에 실려 잠시 굳었다. 서영의 말 한마디가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힘 때문에 지레 놀라버렸다. 혀라니. 갑자기 음식이 아닌 자신의 혀가 닿았을 때도 그녀의 느낌이 내달릴까 싶은 생각이 들어, 확인하고픈 본능이 고집스럽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음식 먹을 때만 그래?”
“음식 말고 다른 거 입에 넣을 때도 있어요? 에…… 하긴, 양치질할 때 치약 맛을 음미한다거나 그러진 않으니까. 음식만 그런가 봐요.”
‘칫솔까지 부러워할 필요는…… 없는 거지.’
눈꺼풀이 살짝 내려앉는 예쁜 웃음을 건네고 금세 다시 보드라운 크림 브룰레를 떠올리는 스푼에 집중하는 서영을 보고는 또다시 그녀의 반응을 상상해버렸다.
“맛을 음미하는 순간에는 여지없이 눈 감는 거 알아?”
“내가 눈을 감아요? 의식적으로 그러는 건 아닌데, 집중하느라 저절로 감기나?”
“이제까지 만나면서 난 한눈판 적 없으니까 믿을 만할 텐데.”
“거짓말. 어떻게 나만 봐!”
수줍게 눈이라도 내리깔면 의미가 전달된 것으로 짐작하겠는데, 저렇게 해맑게 웃는 모습이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안 믿어지나 보지? 당신 그런 표정…… 이를테면 혀 위에 올라가 있는 맛에 감탄해서 눈까지 스르르 풀리는 그런 모습. 멀쩡한 남자들 호르몬 들끓어. 늑대 처리하는 법에 썩 능란하지 않을 것 같으면, 처리해야 할 상황은 만들면 안 되지.”
“그렇게 자상하게 가르쳐 주는 거 보면 인욱 씨는…… 양이에요?”
“양? 훗, 천만에. 난 늑대 대장이야. 나만 예외 시켜 달라고 말하는 거 조금도 어렵지 않게 여기는 뻔뻔한 늑대. 누가 내 것 넘보면 여지없이 이부터 드러내는 욕심 많은 늑대.”
하얀 양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늑대의 본능은 오늘도 가두어야 한다는 자기 절제가, 안 그래도 장구한 지난 3주 동안 멀쩡히 그래 왔다는 항의와 실랑이를 벌였다.
그 실랑이가 지금 몇 십 분째인지.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를 끝내고 칵테일 라운지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부턴 인욱을 더욱 힘들게 했다. 가끔 체온까지 스칠 만큼 나란히 앉은 자리라니. 무릎 위 스커트 아래의 미끈하게 빠진 다리도 오늘따라 인욱의 시선을 제멋대로 어지럽혔다. 게다가 무방비 상태로 눈을 감은 채 재즈 선율을 흥얼거리고 있는 이 여자.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