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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 로빈슨 크루소](/img_thumb2/9788952241504.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88952241504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1-12-15
책 소개
목차
바다로 나가고 싶다
나 홀로 무인도에
일기
다시 태어난 삶
야만인들을 발견하다
프라이데이를 구해주다
섬에서 벗어나다
에필로그: 영국으로 돌아와서
『로빈슨 크루소』를 찾아서
『로빈슨 크루소』 바칼로레아
책속에서
거처와 식량이 어느 정도 확보가 되었지만 내 처지에 대한 우울한 상념들은 그치지 않고 찾아와 나를 괴롭혔다. 정상적인 교역 항로에서 수천 킬로미터는 족히 떨어진 곳까지 밀려온 처지였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이런 비참한 곳에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당신께서 만드신 피조물을 이렇게 철저하게 비참하게 만드신 뜻은 무엇일까? 왜 당신께서 만드신 피조물이 자신의 삶에 대해 감사하지 못하게 만드신 걸까?’
하지만 늘 그런 비관적인 생각에만 잠겨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면 황급히 다른 생각이 떠올라 나를 제지했다. 내 이성이 되살아나 나를 다잡아준 것이다. 그때 생각했다.
‘네가 비참한 처지에 처해 있는 건 맞아. 하지만 다른 선원들을 생각해봐. 그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왜 너만 선택받은 것인가? 아무리 나쁜 일을 당하더라도 그 안에는 좋은 것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나쁜 일이라도 그보다 더 나쁜 일에 비하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자 긍정적인 생각이 줄을 이었다.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어? 배에서 물건들도 다 꺼낼 수 있었잖아. 그런 것들을 구할 수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어?’
그리고 내가 거처를 마련하고 식량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 물품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살아 있는 한 아무런 부족함 없이 자립해서 지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이제 세상을 나와 무관하게 동떨어져 있으며 기대할 것도 없고 아무런 욕심도 부릴 것이 없는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세의 온갖 사악한 욕심에서 벗어났다. 「누가복음」 16장 26절의 말씀대로 “육체의 쾌락과 눈의 쾌락을 좇는 것이나 재산을 가지고 자랑하는 일”도 없었다. 탐욕을 부릴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었고 내 모든 영지의 영주였다. 그렇지만 오직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만 가장 가치 있는 것일 뿐 다른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요컨대 『성경』과 함께한 나의 섬 생활은 내게 다음과 같은 온당한 생각을 심어주었다.
‘이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은 우리에게 효용 가치가 있는 만큼만 좋은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물건을 쌓아놓고 있어도 그것들을 우리가 사용할 수 있을 만큼만 누리는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아무리 수전노라 할지라도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다면 탐욕이라는 죄를 깨끗이 씻어버릴 수 있으리라. 도대체 돈이라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러자 내 삶은 처음에 비해 너무나 편안한 삶으로 바뀌었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에서도 더 편안해진 삶이었다. 음식을 앞에 놓고 이 황량한 무인도에서 그 같은 성찬을 차려주신 하느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내게 결핍된 것보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부족한 데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 모든 생각은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선의를 똑바로 인식하게 했고, 온갖 고난과 불행 속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라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분명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면서 하느님께 감사할 줄 모르며 지냈던 내 과거의 삶을 뼈저리게 회개하고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