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실의 추억

책머리에

제1부
문학과 풍속
오디세우스의 변명

제2부
춘원과 「창조」 - 근대 문단 형성의 한 양상
<흙>, 민족과 국가의 경합
인체실험과 성전(聖戰)

제3부
대합실의 추억 - 식민지문학의 백수들
번역과 번역문학, 근대와 근대문학
청춘의 기계, 문학의 테크놀로지
세대 담론의 기원과 문학적 변천
예배당.오누이.죄 - 한국 근대문학과 기독교

제4부
최후의 모던 보이, 모던 보이의 최후
노란 피부, 노란 가면
복종과 복수의 서사 - <아름다운 새벽>에 대한 몇 가지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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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리를 떠도는 룸펜들과 함께 계획과 구성은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다. 생활을 모자이크하며, 그들은 다방 한구석의 '벽화'가 되어갔다. 전당포는 그들의 은행이었다. 기차역, 백화점, 공원, 거리, 철교 등과 같은 도시의 구성물들은 그들을 정처 없이 떠돌게 하거나 자살을 위해 뛰어내리게 할 압도적 환경으로서, 너덜거리는 주관과 적나라하게 대조되었다.

당연히 소설은 본격적인 플롯을 잃고 세태소설과 내성소설이 되었다. 세태와 내성은 지리멸렬하고 침울한 '백수'적 삶의 소설적 형식이었다. 혁명가의 전망을 잃었다는 점에서, 전향자 역시 보호관찰소로부터 직업을 알선받아야 할 무직자로 전락했다. 대합실의 튤립은 떨어졌다. 자코 반제티 사건에 격분하던(임화, '담曇'ㅡ1927) 청년들은 이윽고 「목격자 Winterset」에 한숨 쉬며 "장미"(이효석, '장미 병들다')처럼 병들었다. 청춘은 매춘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따라서 김남천은 "청춘의 꿈을 부숴버리고, 머릿속에 그려보았던 아름다운 무지개를 지워버리는 날, 그의 몸을 부둥켜세울 신념의 기둥은 역시 생활과 직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썼다. 노동을 강조하며 스스로 지게꾼이 된 부잣집 아들 현호(이기영, <인간수업>)는 "운동장"을 그의 "정원 건설" "계획"에 포함시켰다.

후일담을 돌파할 새로운 계획과 구성이 필요했다. 최재서가 "기괴한 개성" "병적 개성" 등을 비판하며 "국민문학"을 말한 것도 이러한 구성의 의지와 관련된다. 물론 그것은 프롤레타리아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찬구('오월의 구직자')나 신철(강경애, <인간문재>)의 역사적, 문학적 전망과는 다르다.

- 본문 160~161쪽, '대합실의 추억 : 식민지문학의 백수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