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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54625975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4-10-17
책 소개
목차
그 개 이름 쫄쫄이 7
베란다에서 그 녀석과 할짝 14
그 애 이름 꼬맹이 22
여자애들은 복잡해 28
떠돌이 개로 살아간다는 것 36
인생은 피곤한 거구나 45
나의 집은 아마도 무릎 50
복수 미션 성공 56
인간을 좋아하는 일 61
들키고 만 비밀 70
나는 긍정의 아이콘 79
날마다 그 녀석과 걷는 길 84
누가 누구를 훈련시킨 거지? 90
배설물에 관한 고찰 99
쫄쫄이를 키워야 하는 열 가지 이유 107
영리하고 깔끔하고 사회성 좋고 말 잘 듣는, 그리고 116
누가 누구를 산책시킨 거지? 126
단식 투정? 단식 투쟁! 134
벼락을 맞을 확률 142
생일 파티 151
꼬맹이의 생일 파티 159
돼지와 쥐 새끼, 그리고 쌤 165
쫄쫄이에 대한 새로운 발견 173
쫄쫄이, 정의의 개 또는 미친개 180
내 오줌이 아니야 191
눈사람 말고 눈개 196
나도 생일을 갖고 싶어 203
삼켜진 희망 212
잠꼬대 텔레파시 219
오 년 후, 어느 날의 산책 228
어디선가 희미하게 멍! 236
리뷰
책속에서

쫄쫄이 에피소드 #1
갈래머리와 꼬맹이는 주인과 노예 같았다. 아니, 더 심했다. 꼬맹이는 뭐든 하라는 대로 하고, 맞으면서도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갈래머리는 꼬맹이가 개그맨 흉내 내는 걸 보면서 신 나게 웃다가도 조금이라도 놀리면 째려보고, 발로 차고, 꼬집었다. 한쪽은 재미로 하는 건데 한쪽은 철저한 보복을 하는 것이다. 그들의 문제는 나에게도 문제가 되었다. 푸들이 은근히 나를 막 대하는 거다. 나는 예의상 꼬리를 흔들었을 뿐인데 관심 없다는 듯 목을 빳빳하게 들고는 몸을 획 돌려 버렸다.
나는 혼자 땅을 팠다. 개들이라면 누구나 땅 파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발에 흙 묻히는 걸 좋아하고, 땅 밑에 뭐가 있는지 관심이 많다. 예전에는 운 좋게 발견한 음식을 땅속에 숨겨 놓곤 했다. 배고플 때 먹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 푸들은 원시 개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설마 땅에 떨어진 걸 먹으려고? 그렇게 비위생적인 습관을 가졌다간 장염에 걸릴 수 있다고.”
흙이 더럽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 본 것이었고 나는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모든 것이 땅에서 생겨나고 땅에서 사는데 흙이 왜 더럽다는 거야?”
쫄쫄이 에피소드 #2
컵을 엎지르자 노란색 물이 꼬맹이의 바지와 이불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컵을 침대 밑에 숨겨 두고는 느긋하게 기다렸다.
잠시 후, 꼬맹이는 뭔가를 깨달은 듯 눈을 번쩍 뜨더니 경련을 일으키며 일어났다. 이불과 바지를 만져 보고는 킁킁거리며 냄새를 확인했다. 자다가 그 부위가 젖을 이유는 오줌 말고 뭐가 있겠는가. 꼬맹이는 얼른 팬티와 바지를 갈아입고는 드라이어를 가져다 이불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어머나, 너 뭔 일 있니? 혼자 일어난 것도 이상한데 이불 정리라니. 그 드라이어는 또 뭐야……. 너 혹시 오줌 쌌니?”
그러게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면 의심을 사는 법이지. 꼬맹이는 태연하게 내 엉덩이를 톡톡 때리며 말했다.
“쫄쫄아, 내 이불에다 오줌을 싸면 어떡하니?”
어른 여자가 나를 쳐다봤다. ‘정말 니 오줌이니?’ 묻는 것이다. 자존심 있는 개란 억울한 누명을 썼을 때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어른 여자 앞에다 떳떳이 오줌을 싸서 저것은 절대 내 오줌이 아니란 것을 밝혔다. 또 두 번에 나눠 쌌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특별히 많은 양을 쌌다. 그러고는 어른 여자에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어른 여자는 내가 집 안 정해지지 않은 곳에 오줌을 쌀 때마다 내 엉덩이를 치고는 베란다로 쫓아냈기 때문이다.
어른 여자는 꼬맹이를 신경 쓰느라 내 엉덩이는 대충 치고 넘어갔다. 나는 할 일을 다 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베란다로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