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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74062
· 쪽수 : 317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동궁전, 위기에 빠지다
제2장 큰 근심, 작은 행복
제3장 꽃밭과 반란
제4장 반란군 오만을 진압하라
제5장 반란군의 본진, 해미성으로
저자소개
책속에서
정성진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천공天空에 가득한 별빛을 끝없이 응시했다. 은한銀漢이 하늘의 절반 이상을 가로지르고 지나갔다. 먼 곳이었다. 먼 초원에서 보았던 성좌星座와는 조금 다르다. 하늘마저 다른 그 먼 곳에서 무엇을 생각했던가?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가! 고향을 그리워하고 수심에 잠겨야 할 먼 북쪽의 초원에서는 이질적인 성좌의 무리를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오히려 한양의 황성 한가운데에서 터져나오는 한숨은 이질적이고 배신감마저 느끼게 했다.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것은 한양에서 수행하는 일들이 본래 자신의 역할과 많이 동떨어진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반란이라니…… 더럽게……. 그것은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이 아니다. 인간 욕망의 끝이 아마 그것이 아닐까.
“전쟁이 터지면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끝없이 올라가고 일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전쟁을 유발하는 것이 그대는 옳다고 보는가? 막는 게 아니라 일으켜서 처리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는지 알지 못하는가.”
나지막하지만 호통이 천둥소리처럼 크게 한양행수의 귓전을 때렸다. 한양행수는 똑똑하다. 그러니 여자임에도 한양행수 노릇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양행수가 누런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죽여주시옵소서. 그렇게 해서라도 일을 마무리 짓고 싶었습니다.”
“나의 무위까지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소문까지 그대는 계산에 넣었구나. 나의 행보까지 바둑의 수를 읽듯이 읽고 있었구나. 그럼 오늘 밤 내가 확인차 해미까지 갈 것도 알고 있었겠구나. 어찌 일은 보고 사람은 보지 못하는가!”
“폐하! 십만이 아니라 백만 대군이 온다 해도 폐하는 소신이 지켜드릴 것입니다. 조금도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요동 전쟁 때 저희는 열 개 전대도 채 되지 않는 이만오천으로 수십만의 명군을 전멸시켰습니다. 요동에서 이십만, 심양에서 십만, 그리고 영주에서, 사평에서……. 전혀 염려하지 마십시오.”
정성진이 십만 그리고 백만이라는 말에 힘을 주었다. 하나하나의 전투를 다 기억하고 있는 이정은 지금 설명하는 정성진의 말에 추호의 거짓이 없음을 안다. 이정이 숨을 들이켜면서 자리를 고쳐 앉았다.
정성진의 말은 믿을 수 있다. 그럴 능력이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정성진의 어조에 힘을 입은 이정이 긴 숨을 들이쉬었다.
그렇다. 그만은 믿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