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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6657677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5-05-15
목차
외로운 영혼의 불빛 / 차례
7 책머리에
제1부 자유로운 영혼의 꿈
살다 보면
섬 아이의 일기장
멧비둘기 날개를 털고
섬진강의 봄
저승꽃
바람이 님긴 흔적 1
바람이 남긴 흔적 2
바람이 남긴 흔적 3
거미줄
목젖에 걸린 그리운 그 맛
외로운 영혼의 불빛
미각의 어록
단상斷想
청 빛은 희망이다
혼불
여수 물녘의 삽화
귀천歸天을 위하여
생은 부질없고
제2부 사랑의 연리지
한라산 상고대
칠십 노인의 하루
찬라의 변變
간출암干出巖
흐르다
까치의 설법說法
사랑의 연리지
금산 적벽강
목련에 어린 얼굴
청실홍실 타월집
가을 예찬
대둔산 가을
출항허가서
변절기의 삽화 1
변절기의 삽화 2
경배하는 신앙 1
경배하는 신앙 2
지문
제3부 샛강으로 갑시다
공룡의 포효를 생각한다
늙은 시맨sea man의 고백
개미의 집념
예술가지 꽃 피다
동인지同人誌
해양수산과학관
구름은
노루귀꽃
시詩와 동행 하며
청춘 향기
내시경검사
샛강으로 갑시다 1
샛강으로 갑시다 2
산중山中 희망가
두더쥐 삶
자유를 사유하기 위하여
부질없다 인생아
제4부 그곳에 꽃이 있다기에
모종을 내며
하늘 문 두드리는 은적사 향불
바다와 소년
사랑을 훔치는 도둑
그리움의 노래
바람벽의 추억
용산역에서
요양병원에서
길
쉬었다 가야지
화분 갈이
고독
그 시절 다시 살아서
몽상夢想
어떤 대화
떠나는 나의 신앙
향나무 노목
제5부 도동항 비린내
달력을 떼며
도동항 비린내
백암산 기행 1
백암산 기행 2
물안개
삶이란
자연이 스승이다
두 포구의 비밀
비망록
함성
보낼 수 없어
석별 그 후
현충원에 핀 꽃
삶의 흔적
유성별에 쓴 그리움의 노래
내 살다 가거든
부질없다 인생아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예쁘지 않은 꽃이 없고 그립지 않은 추억이 없고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도 끼어들고 싶으며 살랑거린 바람에 몸을 싣고 멀리 떠나고도 싶지만, 나의 육신은 짐짝처럼 무거워만 가고, 보는 것 듣는 것 모두 어두워지니 이 어찌 삶을 성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시를 순산하려 부단히 애를 쓰는 것은 아직도 나의 시에 대한 사랑과 이상이 남아있다는 증표이며 그 얄미운 시혼을 잡아 각혈咯血처럼 쏟아 놓는 것이다.
무디어진 의식 속에 숨어있는 시어들을 잡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던 생애 일곱 번째 시집 『외로운 영혼의 불빛』을 조촐하게 남긴다.
- 「책머리에」에서
살다 보면
풀꽃 다투어 피는 시냇가 언덕
꽃봉오리 흔들어 향을 줍던 바람이
한가로운 하오下午를 느리게 걷어내고 있다
까마귀 소리 농익은 열매처럼 터지고
칡넝쿨 어우러진 언덕 풀숲 휘저으며
쑥부쟁이 보랏빛 시간이 능선을 넘는다
익고 있는 가을 발그레한 산자락에
동갑내기 주검이 편안히 누웠더라고
고향 소식 전해온 친구의 안부가
바람의 잔등 위로 촉촉이 젖어왔다.
아파트 벽에 부딪히며 달려 온
잘 익은 홍시처럼 물든 노을 한 자락
사내 등짝에 또 하루를 얹어 놓는
때 이른 낙화 같은 그런 날도 있습디다.
섬 아이의 일기장
둔덕 위 억새는 바람에 깃털 빼앗기고
귓불 붉어진 초병으로 파고를 전송 중이다.
속내까지 다 아는 바다가 물러나면
아이는 말미잘의 속살을 간질이고
몽돌 밑 게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바위에 붙은 김과 파래 번들거린 윤기를 보고
행여 바닷물로 맛사지를 한다면
윤기 나는 예쁜 엄마 얼굴이 될 거라고
유리병에 바닷물 가득 담아 집으로 간다.
엄마 아빠는 늘 바다 곁을 지키며
무거운 몸을 싣고 바다로 가고
아이는 물병 곁에 잠이 들었다.
바다가 불러준 노래를 듣고 자라서
바다가 키워준 아이는 학교로 가고
살찌게 담아준 바다 맛 어머니 도시락은
타박타박 걸을 때마다 등에서 파도 소리가 났다
아이는 바다를 원색대로 스크랩을 하고
스냅사진을 가슴에 걸어둔 채 어른이 될 것이다
부모도 바다도 늙은 고향 바다에서
인생을 살찌우는 푸른 바다를 키우며
삐틀삐틀 써 내린 오늘의 일기장엔
바다를 빨던 그리운 젖내가 배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