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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6658049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5-11-30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잠적
노쓰케 반도에서 만난 갈색 여우
낭도
소호에서
낯선 방
구름호수 가는 길
네 발자국 위에 내 발을 올리고
흰 뼈를 줍다
내 사랑 거관
애월
여礖
그때, 거기에서는
버려진 모과의 시간
풍경을 훔치다
제2부
무심하여라 애인의 마음아
체리
내 사랑 사무라이
대화를 엿듣다
지독한 사랑
백련
파르르는 언제부터
그거 하나면 되지 싶어
우리는 서로
간이역
홍어 장수의 사랑 노래
숲
제3부
도원桃園에 갔었네
먹물버섯
가장 적절한 말
머리에 뿔도 없이
너는 부디 떨어지지 말아라
친절한 네이버씨
비밀
인내는 가렵고, 그 열매는 붉다
동거
야옹야옹 고양이 2
폭설
거리두기
폭우
크레타섬을 닮은 바닷가에 올리브 나무를 심는 꿈
제4부
그녀의 밥
동창생 계량기
기러기 죽이기
망초꽃
빈집
이 여자가 사는 법
소회
그 여름, 그리고 가을
홍어
백석과 나타샤와 흰 당나귀
허기진 배
유월8
못 먹어도 꽃
세상에서 가장 짧은 안부
서평
손수진, 놓아서 소유하는 지극한 시선 _ 손현숙
저자소개
책속에서
잠적
핫코다산, 시라카미 산지의 작은 계곡
등잔불 하나로 불을 밝힌
눈 덮인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근다
천지는 고요하고
속삭임조차 소음이 되는
텔레비전도 핸드폰도 허용되지 않는
세상과는 단절된 고립의 시간
온전히 홀로, 나신의 몸으로 듣는
똑, 똑
수증기가 맺혔다 떨어지는 물소리가
천지를 울리는 아오니 온천
백 년 전
료칸을 연 시인도
이곳에서 몸과 마음의 병을 치유하였다는데
여기, 백 년의 시간이 멈추어 있으니
생에 한 번쯤
세상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잠시 잠적해도 좋을
아오모리, 아오니
노쓰케 반도에서 만난 갈색 여우
삿포로역이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심한 열감기를 앓다가
삿포로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잠이 들었다.
꿈결인 듯 잠결인 듯 들리던
‘그가 너를 용납하였으니 너는 내 것이라’
삿포로의 밤은 깊어가고
수많은 사람으로 붐비던 광장도 고요해졌다.
‘내일은 긴 여정이 될 거야
너는 돌아가야 해’
어린왕자에게 길을 안내하던 사막여우처럼
북해도 노쓰케반도에서 만난 갈색 여우가
귓가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성해서 다행이야.
낭도
허술해서 좋다는 너의 곁에서는
마음껏 흐트러져도 좋겠다 싶은 날
여수 낭도에 들었다
사막여우의 털빛을 닮은 노을은
붉은 등댓불과 흰 등댓불 사이를 물들이고
바다에서 죽어
미처 떠나지 못한 혼을 가위로 오려놓은 듯
손톱달 하나가 서쪽 하늘에 걸려있고
유일한 포장마차의 따스한 불빛은 배고픈 사람을 불러들여
고흥 영남면에서 시집와 배 네 척을 거느린 선주였던 때가 있었다고
레시피 없이도 술렁술렁 버무린 서대회무침에
백 년 전통이라는 젖샘 막걸리로 주인도 객도 취해가는 밤
바닷물도 턱을 고이고 오래도록 찰방거리며 붉게 익어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