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6658292
· 쪽수 : 114쪽
· 출판일 : 2026-06-05
책 소개
목차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에서 울다 / 차례
시인의 말 · 5
제1부 풍경화
독사는 제 목을 문다
어떻게 살겠느냐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에서 울다
자작나무 바코드를 읽다
탕약 앞에서
허공의 길
물레방아의 보법
은행나무의 말씀
산을 내려가며
공중 무덤
까치 울음
오징어들
깃대봉 오르는 길
마침내 사람이 되었다
백구
상처가 그늘을 만든다
막다른 길
제2부 우리들의 큐비즘
우리들의 큐비즘
악보 없는 노래
가방
移葬하고 나서
공동묘지에서
환상통
검은 뼈의 폐허
견고한 죽음
카렌다 앞에서
강이 아름다운 것은
슬픈 봄날
조용필
두고 온 우물
상처를 위로하다
새, 날다
종이상자를 보면 공손해진다
제3부 봄날의 유치원
봄날의 유치원
눈치없는 고양이
결빙을 기다리며
비둘기들
평화
옥상에서 생긴 일
봄, 고양이들
말을 잘 못 배웠다
책을 방치할 때
그럭저럭
슬픔의 힘
사라진 집
점집
경주 남산
김정희
세상을 뒤집을 것 같은
사랑에게
제4부 그 남자의 저녁 산책
그 남자의 저녁 산책·1
그 남자의 저녁 산책·2
그 남자의 저녁 산책·3
그 남자의 저녁 산책·4
그 남자의 저녁 산책 5
불안한 날
불온한 적막
소주병이 울다
천국
보이지 않는 적
진실이 만들어지는 순간
바위산 비탈에서
함부로 버린 쓰레기와 은밀한 사생활 사이
왼손잡이
시계
사회적 거리
코로나 시대의 얼굴
작품론 _ 달빛의 흐느낌 / 김동원
저자소개
책속에서
독사는 제 목을 문다
술에 찌들어 시끄러운 날
일찍 일어나 하늘을 보면
부끄럽다, 미안하다
취한 듯 살아온 몸과 정신이
새벽을 더럽힌 까닭이다
지난밤엔 분노와 질투로
안에서 기어다니던 붉은 독사들이
누군가의 정수리를 물었는데
숲의 정령이 안개로 전하는 감각과
새들이 지저귀는 말씀을
여태 알아듣지 못했다
해는 중천에 떠 있고,
숲에서 또아리를 푼 독사는
숲의 말씀과 새들의 말에 깨어나
스스로 제 목을 깨문다.
어떻게 살겠느냐
아버지가 내게 이름을 주었듯이
나의 아이에게 이름을 주었다
강아지처럼 주인이 바뀔 때마다
사람의 이름은 바꿀 수 없는 것이어서
숱한 고개를 지나 강물을 건널 때마다
이름을 생각했다
이제 세상에 나가 명함에 이름을 찍고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주는
아이들아
장차 너희의 아이들에게
어떤 이름을 줄 수 있는지는
나의 아버지가 그랬고 너희 아버지가 그랬듯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을.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에서 울다
불로동과 황금동 사이
한때는 수많은 아담과 하와
그들의 천국이었던 골목,
오래 무화과나무 번성한
에덴여관
신세대 아담과 하와들은 번화가로 몰려가고
한낮에도 적막이 흐르는
자물쇠 굳게 채워진 에덴의 길을 걷는다
문득 머리에 무화과 열매 하나
툭, 떨어진다
탕자처럼 분탕질로 세상을 떠돌다가
어찌하여 어린 시절 불렀던
노래에 목이 메이는가
가끔 늙은 청소부가
발길에 짓이겨진 무화과 열매를 쓸던 모습
무심하게 바라보았는데
죄가 죄인 줄도 모르고 살았던 일생이
십자가의 못 박음질처럼 아프게 느껴지는가
고목과 한 몸이 되어가는 앙코르와트 사원처럼
여관과 무화과나무가 하나가 되어가는,
에덴여관,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담아, 하고 내 이름 부르는 환청을 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