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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7515495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0-04-10
책 소개
목차
로버트 E. 하워드를 추모하며
붉은 그림자Red Shadows (1928. 8)
별 속의 해골Skulls in the Stars (1929. 1)
달그락거리는 뼈Rattle of Bones (1929. 6)
해골의 달The Moon of Skulls (1930. 7)
시체들의 언덕The Hills of the Dead (1930. 8)
내부의 발소리The Footfalls within (1931. 9)
한밤의 날개Wings in the Night (1932. 7)
미완성작
아수르의 아이들The Children of Asshur
바스티의 매Hawk of Basti
로버트 E. 하워드의 생애와 문학
리뷰
책속에서
창날이 한꺼번에 달빛 아래 번뜩였고, 케인은 밀려드는 창날을 받아치며 다리 위로 뛰어올랐다. 한 명 이상은 올라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는 비좁았다. 전사들 중에서 먼저 나서는 자가 없었다. 그들은 다리 앞에서 창을 뻗었고, 케인이 뒤로 물러서면 우르르 몰려들다가 공격 자세를 취하면 창을 마구 휘둘러댔다. 그들의 창이 케인의 레이피어보다 길었지만 그는 출중한 기술과 냉정하고 맹렬한 공격으로 불리한 상황을 충분히 상쇄했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흑인 무리 중에서 갑자기 거인이 튀어나오더니 난폭한 들소처럼 다리로 올라섰다. 창을 낮게 잡은 그의 눈빛은 광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의 창을 피해 케인은 점점 뒤로 물러서면서 허점을 노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갑자기 케인이 다리의 가장자리로 뛰었고, 그 아래 벌어진 어둠의 심연 앞에서 그만 현기증을 느꼈다. 그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동안, 전사들이 시끄럽게 고함을 질러댔다. 마침내 다리에 있던 거인이 포효하면서 흔들리는 적을 향해 돌진했다. 케인은 균형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도 보기 드문 검술로 온 힘을 다해 거인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무서운 창날이 그의 뺨을 스쳤고 금방이라도 어둠의 심연 속으로 추락할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창의 자루를 붙잡고 자세를 잡은 뒤, 거인을 향해 레이피어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거인은 붉은 동굴처럼 벌어진 커다란 입으로 피를 쏟았고, 죽어가면서도 미친 듯이 케인에게 덤벼들었다. 다리의 가장자리에 발꿈치까지 밀린 상황, 케인은 거인을 피하지 못한 채 서로 뒤엉켜 협곡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전사들은 모두 멍하니 서 있었다. 두 사람이 어둠 속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거인의 입에서 승리의 함성이 그치지 않았다. 전사들은 다리 위로 올라서서 밑을 내려다보았지만 텅 빈 어둠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_〈해골의 달〉 中
놀랍게도 남자는 자기를 결박한 사람 중에 친동생이 있었노라 말하고는 아이처럼 흐느꼈다. 텅 빈 눈구멍에 물기가 어리더니 피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오래전 어렴풋한 추격전에서 창이 부러졌다는 얘기를 중얼거렸다. 그가 착란 상태에서 중얼거리는 동안, 케인은 그의 결박을 조심스럽게 풀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풀밭에 눕혔다. 그러나 이 영국인의 조심스러운 손길에도 불구하고 가여운 남자는 죽어가는 개처럼 몸부림치면서 울부짖었고, 그러는 동안 섬뜩하게 찢긴 십여 군데의 상처에서 다시 피가 흘렀다. 케인은 남자의 상처가 칼이나 창보다는 야수의 이빨과 발톱에 의해 생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잠잠해진 남자는 피투성이 몰골로 부드러운 풀밭에 누워 있었다. 케인이 챙이 있는 낡은 모자를 쓴 채로 지켜보는 가운데 남자는 거칠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케인은 남자의 찢긴 입술에 물통의 물을 부은 뒤, 가까이 구부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 악당들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주시오. 내 동족이 믿는 신의 이름을 걸고 기필코 그들을 응징할 겁니다. 사탄이 나를 막아선다 해도.”
죽음을 앞둔 남자가 케인의 말을 듣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는 다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인근의 덤불을 지나던 천성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마코 앵무새 한 마리의 커다란 날개가 케인의 머리칼에 스치듯 지나갔다. 날갯짓 소리를 들은 만신창이 남자가 갑자기 상체를 일으키더니 케인이 죽는 날까지 악몽으로 남을 만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날개! 날개! 놈들이 다시 오고 있어! 아, 제발, 저 날개!”
그는 입에서 피를 쏟고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_〈한밤의 날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