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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58043829
· 쪽수 : 420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손거울로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눈은 퀭하고 피부는 푸석거렸다.
내가 그렇게 빼고 싶었던 젖살이 다 빠지고 머리카락도 윤기 하나 없이 검불처럼 내 머리에 얹혀 있었다. 한 십 년은 늙어보였다. 그런 내 꼴을 보자 위로가 되었다. 죄책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가 괴롭고, 괴롭고 또 괴로워야 했다.
나는 거울을 침대 아래도 던지고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수면제를 입안에 털어 넣은 후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대로 잠들면 다시는 깨지 않기를 바라면서.
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봤다.
“나는 나를 가르치던 선생과 사랑에 빠졌어.”
“나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과 사랑에 빠졌어.”
“그는, 내가 사랑한 사람은 유부남이었어.”
“그 사람은,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은 남자였어.”
우리는 잠시 눈이 동그래져서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서 온지 모를 유쾌한 웃음 입자가 허파로 쓸려 들어간 듯 웃음의 폭풍에 휩싸여 숨을 쉬기도 곤란할 정도였다.
“너를 이런 곳에 숨게 만든 사람 말이야. 아직 사랑하고 있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규원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단호하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우린 완전히 끝났어.”
“넌 아직 후유증에서 못 벗어난 것처럼 보여. 네 눈빛, 말투, 행동들 모두 현실감이 안 느껴져. 꿈속을 헤매는 사람 같다고. 현실을 자각하면 고통도 함께 느껴야 되니까 무의식적으로 그런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는 거야. 언제까지 여기 숨어 살 수는 없잖아. 친구로서 충고하는데 얼른 네 본래 자리로 돌아가도록 해.”
규원의 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